지난 2월 19일 예산 회의에 참석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로이터]
지난 2월 19일 예산 회의에 참석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로이터]

반체제 인사 탄압 위한 특별팀 꾸려 사우디 “카슈끄지 살해 과정서 정부 개입 없었다” 반박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가 소위 ‘반대파’를 대상으로 감시와 납치, 구금, 고문 등을 자행하는 이른바 ‘비밀 공작’을 승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관리들과 피해자들의 말을 인용, 왕세자가 승인한 비밀 임무 중 일부는 지난 10월 카슈끄지를 살해한 이들에 수행됐으며 카슈끄지 살해사건은 반체제 인사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진행된 광범위한 공작 캠페인의 일부분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관리들은 카슈끄지를 살해한 팀을 ‘사우디 신속 개입 그룹(SRIG)’이라고 일컬으며 이들이 재작년부터 최소 12건의 작전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일부 작전은 다른 아랍 국가에서 반체제 인사들을 사우디로 강제 송환하거나, 왕궁에 ‘죄수’들을 구금하고 확대하는 것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보기관의 보고서 등에 따르면 한 대학의 언어학 강사는 SRIG에 의해 구금, 심리적 고문을 당한 뒤 지난해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왕세자가 승인한 이 ‘비밀 캠페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극비 정보를 접한 미국 관리들과 일부 작전에 대해 직접적으로 알고 있는 일부 사우디 인사들에 의해 알려졌다. NYT는 “해당 사우디 인사들은 극비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사우디 정부로부터 받을 보복을 우려해 익명성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다만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 살해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카슈끄지 살해가 정부의 지시로 인한 것이 아니며, 팀원들이 현장에서 내린 ‘개별적인 결정’이었다는 것이 사우디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카슈끄지 살해가 발생한 터키 및 미국의 조사 당국은 살해가 미리 계획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 왕세자가 ‘반체제 인사 단속’에 개입했다는 증거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우디 관리들은 사우디 정보국이 반체제 인사들을 본국으로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것을 인정했다. 다만 이들은 본국 송환 임무를 맡는 특정한 ‘팀’이 존재하는 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사우디는 해외에서 반체제 인사 등 사우디 시민을 추적해온 전력이 있지만, 빈 살만 왕세자가 권력 통합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던 2017년부터 단속이 급격히 확대됐다. 이후 사우디 정부는 정부를 비판하는 글이나 비꼬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위협이 된다고 인식된 성직자, 지식인, 운동가 수십 명을 구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