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U, 세계 2위-3위 철도회사 합병 불허 핵심은 ‘시장획정’ 문제…“현대重, 불허 난 유럽 케이스와 달라” 세계적인 독점 기업 ‘구글ㆍ페이스북’ 등 규제 논의도
[헤럴드경제(브뤼셀)=정경수 기자] “다른 국가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먼저 내놓을 계획이다. 유럽의 철도 합병 케이스와 달리 조선 산업은 시장획정 문제가 훨씬 복잡하다. 다른 국가들도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겠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1일 오후(현지시각)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요하네스 라이텐베르거 EU 집행위원회 경쟁총국장과 비공개 회담을 가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시장점유율이 높은 현대중공업도 최근 EU 사례처럼 합병 불허 결정이 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고속철도는 사실 하나뿐이지만 선박은 LNG선 등 종류가 무척 많다”며 “시장 획정 문제가 훨씬 복잡하다”고 말했다. 시장 획정은 두 회사의 합병에 따라 영향을 미치는 시장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심사 잣대다. 특정 지역 점유율을 기준으로 삼느냐, LNG선 등 각 제품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달리 볼 수 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철도 산업의 경우 공급자(철도회사)와 수요자(국민)가 같은 지역에 있다”며 “반면 조선 산업은 국내에 1위~3위 조선사가 있고 수요자는 전세계, 특히 유럽에 몰려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합병 전후 소비자(선주) 이익의 변화도 비교해봐야 한다”며 “경쟁 제한 효과, 효울성 증진 효과 등을 꼼꼼하게 따져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기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은 21%에 이른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점유율이 60% 가까이 될 전망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EU와 중국, 일본 등 전세계 30여개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지난달 EU경쟁당국은 세계 2위 철도차량 제조업체인 독일 지멘스와 3위 프랑스 알스톰의 철도사업 합병을 불허했다. 독점 체제는 철도 운임 상승으로 이어지고, 소비자 선택권이 저해될 우려된다는 게 그 근거였다.
이날 김 위원장은 라이텐베르거 EU 집행위 경쟁총국장과의 면담에서 글로칼리제이션에 대해 논의했다. 글로칼리제이션은 세계화와 현지화의 합성어로 통합 속에서의 지역적 분열을 의미한다. 영국의 EU 탈퇴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EU 등 경제대국의 보호주의 환경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 제한 행위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대표적인 예가 구글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세계적에 걸쳐 독점력을 가진 새로운 기업이 출현했다. 미국은 구글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힘쓰고 있지만 한국을 포함한 유럽, 일본 등은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구글을 견제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현대중공업도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해있다.
김 위원장은 “모든 국가의 경쟁당국이 세계적인 독점 기업을 어떻게 규제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서로 각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종의 공통의 프레임인 ‘경쟁법 조사 및 집행에 관한 다자간 체제(MFP)’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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