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 불참으로 공전사태 막기 위해 경사노위, 노사단체 중심 대안 추진 사회적 대화 정신 어긋나 우려 제기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일부 위원의 ‘보이콧’으로 의결정족수를 못 채우는 사태를 막기 위해 의사결정구조 개편을 추진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주요 노·사단체 중심의 의사결정구조를 만들 경우 경사노위 출범의 근본정신과 어긋나고 과거 노사정위원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경사노위에 따르면 제3차 본위원회에서처럼 청년·여성·비정규직 위원 3명이 불참으로 본위원회가 공전하는 사태를 막기위해 의사결정 구조와 운영방식을 개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사노위는 3차 본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를 포함한 5개 안건을 최종 의결할 계획이었으나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가 막판에 불참 입장을 밝혀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고 의결이 무산됐다. 과거 노사정위원회를 포함해 최고 의결 기구인 본위원회가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3차 본의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위원회 의사결정 구조와 위원 위촉 등 운영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대안을 검토하고 마련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사노위는 사회적 대화를 위해 과거 노사정위원회와 달리 주요 노·사단체뿐 아니라 청년, 여성, 비정규직, 소상공인, 중소·중견기업 대표도 참여하도록 문호를 대폭 넓혔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상 경사노위 최고 의결 기구인 본위원회는 원래 노동계 5명(한국노총, 민주노총, 비정규직, 여성, 청년), 경영계 5명(경총, 대한상의, 중소기업, 중견기업, 소상공인), 정부 2명(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경사노위 2명(위원장, 상임위원), 공익위원 4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끝내 불참하면서 17명 체제로 가동중이다. 본위원회 의결정족수가 충족되려면 노·사·정 위원 재적위원의 과반수가 출석하고 노·사·정 가운데 어느 한쪽 위원의 절반이상이 출석해야 한다. 현재 근로자위원은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4명인데 이번에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가 한꺼번에 빠지면 1명만 남아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없다.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사회적 대화의 핵심은 이른바 전국 차원의 노·사단체”라며 “이들이 중심이고 청년·여성·비정규직은 중요하지만 보조 축”이라고 말했다. 주요 노·사단체의 의결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고치겠다는 말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럴 경우 청년·여성·비정규직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이 ‘들러리’로 전락해 경사노위는 ‘도로 노사정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도 주요 노·사단체의 특별한 지위를 보장하고 있다. 청년·여성·비정규직과 중소·중견기업 위원을 주요 노·사단체의 추천을 받아 위촉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이미 현행 의사결정 구조가 주요 노·사단체의 중심성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이번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주요 노·사단체의 중심성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고치면 다양한 계층 대표의 목소리가 무시될 위험이 커진다.
경사노위가 소수의 반대로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것을 막으려고 주요 노·사단체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은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 사회적 대화의 정신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소수의 반대로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것을 막으려고 주요 노·사단체 중심으로 강화할 경우 과거 노사정위원회와 무슨 차이가 나겠느냐”면서 “주요 노·사단체의 주도 하에 굵직굵직한 ‘성과’를 잇달아 도출하더라도 이 과정에서 소외된 다양한 계층의 불만이 남는다면 바람직한 사회적 대화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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