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제정한 ‘LG 의인상’ 중학생부터 제복의인까지… 성과·효율성 사회에 큰 울림 “각박한 세상서 배려 사회로… 사회공헌활동보다 더 공익적” 상금 전액 기부·수상 거절도
#2015년 8월 4일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가 터졌다. 이 사고로 국군 장병 2명이 발목과 다리를 잃었다. 국민은 분개했고, 피해장병은 절망했다.
이때 도움의 손길을 뻗은 한 대기업이 있었다. LG는 중상을 입은 장병 2명의 치료와 재활을 위해 각각 5억원의 위로금을 전달했다.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 최전방에서 복무하던 도중 북한군의 무력도발로 중상을 입은 젊은 장병을 위로하고, 긴박한 상황에서도 동료 병사를 구출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전우애를 기리는 뜻”이라고 했다.
2015년 제정된 ‘LG의인상’ 수상자가 100인을 돌파했다.
LG는 지난 4년간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소방관 13명, 해양경찰 10명, 경찰 7명, 군인 11명 등 ‘제복 의인’부터 얼굴도 모르고 이웃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 크레인ㆍ굴착기 기사, 외국인 등 총 100명의 숨은 의인을 찾아내 시상했다.
LG의인상은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뜻으로 2015년 제정됐지만, 구 회장이 타계한 작년 5월 이후 수상자는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6개월새 수상자가 28명에 달했다.
이홍 광운대 교수(경영학)는 “한국 사회의 주요 가치는 돈ㆍ성과ㆍ효율성이지만, 사회에는 ‘유지(maintainance)’의 가치도 중요하다”며 “LG의인상은 우리 사회가 약한 ‘협력ㆍ유지’의 관념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마블’ 못지 않은 한국 사회 ‘시민영웅’= LG는 살신성인과 투철한 책임감으로 사회에 귀감이 되는 ‘시민영웅’에 집중했다.
작년 10월 4일 김선웅 군(당시 20세)은 새벽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폐지를 실은 손수레가 구덩이에 빠져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할머니를 발견했다. 할머니를 도우며 횡단보도를 건너던 김 군은 그러나, 과속차량에 치어 뇌사 상태에 빠졌다. ‘착한 영웅’이란 이름대로 김선웅 군은 7명에 장기기증을 하고 사흘 만에 눈을 감았다. LG는 김 군에 의인상을 수여했다.
2016년 11월에는 강원도 삼척 초곡항 인근 교량 공사 현장에서 고립된 근로자들을 구하다 파도에 휩쓸려 순직한 고(故) 박권병 경장과 고(故) 김형욱 경위에게 LG의인상과, 유가족에 1억원을 각각 전달했다.
우리 주변 평범한 이웃인 ‘크레인ㆍ굴착기ㆍ외국인 영웅’도 찾아내 사회에 큰 울림을 줬다.
2016년 11월 원만규 씨는 경기도 부천시 화재 현장에서 본인의 크레인으로 화마 속 베란다에 갇힌 일가족 5명을 구해냈고, 같은 해 12월에는 굴착기 기사 안주용 씨가 경기 화성시 방교초등학교 화재 현장에서 굴착기 버킷(바가지)으로 난간에 고립된 학생 8명을 구했다.
2017년 2월에는 경북 군위군 주택 화재 현장에서 치솟는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할머니를 구해낸 스리랑카 출신 근로자 니말 씨가 최초의 외국인 수상자에 선정됐다.
특히 니말 씨의 치료 과정에서 불법체류 신분이 드러나자 LG복지재단은 치료비자 발급을 돕고 2000만원을 추가 지원하기도 했다.
영웅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최고령 수상자 김부용 씨(당시 82세)는 2017년 6월 서울 역삼역 인근 도로에서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남성을 제압해 피해자의 생명을 구했다. 작년 말에는 광주광역시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남성을 구한 여고생 황현희(당시 17세) 양과 여중생 민세은(12세) 양이 의인상을 받았다.
올해 LG의인상에는 선행부문도 추가됐다.
응급상황에 처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17년간 한국 응급의료 발전을 위해 헌신하다 순직한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베이비박스’를 10년째 운영하며 1519명의 버려진 아기의 생명을 지켜온 이종락 목사 등이 의인상 수상자에 포함됐다.
이홍 교수는 “바람직한 사회에는 영웅이 많아야 하는데 한국 사회는 죽어야 영웅이 되는 사회”라고 꼬집었다. 이어 “일본만 해도 죽지 않아도 사회가 영웅을 많이 만들어 준다”며 “영웅은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순기능을 한다. LG의인상은 영웅을 만들고 그동안 우리 사회가 인색했던 사회 유지기능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의인들 상금 기부ㆍ“대단한 일 아냐” 수상 거절도= LG의인상 수상자 중에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상금을 써달라고 기부하는 또 한번의 ‘의로운’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2016년 10월 전남 여수에서 태풍 ‘차바’로 인해 발생한 여객선 표류 사고현장에서 선원 6명을 구해 의인상을 수상한 여수해경 122구조대 소속 신승용 구조대장 등 해경 5명은 해양경찰 유가족 자녀 학자금 등을 지원하는 장학재단인 ‘해성장학회’ 등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
2018년 8월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서 맨몸으로 엽총을 쏘고 있던 범인을 제압해 추가 피해를 막은 박종훈씨는 상금 3000만원을 사망한 면사무소 직원의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2018년 10월 강원도 홍천군 한 빌라화재 현장에서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3세 어린이를 구조한 김인수 소방위 등 홍천소방서 대원 6명도 상금 6000만원을 강원소방장학회, 화재현장에서 구조된 어린이 가정 등에 전액 기부했다.
심우섭 LG복지재단 사무국장은 “의인들의 공통점은 ‘누구나 그 자리에 있었으면 자기처럼 행동했을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는 것”이라며 “의인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자신이 무슨 대단한 일을 한 것이 아니라고 한사코 거절한 분들도 계신다”고 말했다.
▶LG의인상, 기존 CSR보다 더 공익적= 전문가들은 LG의인상에 대해 다른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보다 더 ‘공익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기 자신ㆍ자기 가족만을 위하는 한국 사회에서 얼굴도 모르는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을 찾아 칭찬하고 격려하며 상을 준다는 것은 의로운 사회문화에 기여한다는 분석이다.
이재열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LG의인상은 기존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ㆍCSV(공유가치창출) 형태보다 훨씬 포괄적이고 공익적인 활동”이라며 “자기중심ㆍ각자도생ㆍ가족중심의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나와 관계가 있는 사람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나를 도와줄 수 있다는 호혜적 신뢰관계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아주 드라마틱하진 않더라도 소소한 일상에서 남에 대한 배려가 맞물려 돌아가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강조했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인화ㆍ인간존중ㆍ정도경영을 추구하는 LG의 문화에 부합하는 상”이라며 “기업 CSR의 목표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인데, LG의인상을 통해 기업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LG 이미지가 높아지면, 장기적ㆍ간접적으로 우수한 인재 확보, 임직원 충성도 제고, (품질과 서비스가 동일할 때) 착한 회사 제품을 사겠다는 소비자의 구매력 견인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
che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