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 낮은 인공강우 실험…근본 해결책은 여전히 미궁 -중국은 계속 책임 축소하는데…반박할 韓 대기오염물질 연구는 미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올해도 미세먼지 악몽이 반복되는데…‘긴급’ 문자만 보내면 답니까.”
수도권(서울ㆍ경기ㆍ인천)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 사상 처음으로 엿새째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시행됐다. 재난상황이다. 미세먼지 청정 지역 제주에마저 사상 첫 저감조치가 내려졌다. 한반도 허리 아래에선 이제 누구도 미세먼지 습격을 피하게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정부는 해결책이 없다. 시민들의 불만은 결국 정부를 향한다.
6일 출근길에 만난 직장인 이모(29) 씨는 “3월 들어 미세먼지 마스크 값으로 2만원 가까이 썼다”며 “일회용이라 계속 쓰면 방지 효과도 없다는데, 부담이 상당하다. 뉴스에선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난리인데 마스크는 형편따라 알아서 사서 쓰라고 하니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같은날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김모(67) 씨는 “주머니 가벼운 노인들이 미세먼지 마스크 사서 쓰겠냐”며 “돈 없어서 미세먼지 마시고 건강 망치면 병원가서 약값 드는 악순환만 반복이다”고 한탄했다.
정부는 그러나 근본적인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긴급경보 문자 등을 발송하며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쓰라는 대증요법만 제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22일 인공강우, 고압분사 물청소, 공기필터 정화, 집진기 설치 등 미세먼지 대처법을 거론했지만 근본 대책이 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된다.
특히 환경부가 나선 인공강우 첫 실험의 결과는 처참했다. 정부는 지난 1월 25일 인공강우 실험에 나서며 전남 영광 북서쪽 110㎞(전북 군산 남서쪽) 바다 위 하늘에서 기상 항공기를 이용해 인공강우 물질인 요오드화은(silver iodide) 연소탄 24발을 살포했다. 그러나 정작 비가 내려야할 내륙에선 강우가 감지되지 않았고 장산도 등 일부 섬에서만 감지됐다.
이후 환경부는 “비가 관측되지 않아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확인할 수 없다”는 공식 발표를 냈다. 인공강우 실험 당일 오전 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한 것으로 관측됐지만 이마저도 인공강우가 아닌 바람이 세진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됐다.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을 둘러싼 국내 비판 목소리가 연일 쏟아지고 있지만 자연재해를 풀어낼 정치적 합심도 쉽지 않아보인다. 중국이 한국의 미세먼지 상황에 끼치는 영향을 축소하는 듯한 발언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어서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리간지에 중국 생태환경부 부장(장관)과 한중 환경장관회의를 가지며 “한국은 지난해 (국내) 미세먼지 농도를 8%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며 중국을 겨냥해 오염물질 저감 노력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날 리간지에 생태환경부장은 “중국 정부는 한 번도 중국이 한국의 대기에 미치는 영향을 부인한 적은 없다”면서도 “지역과 범위, 정도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있다, 대기오염은 상호 영향을 준다“고 밝히며 한국 시각과는 거리를 뒀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도 2차례 브리핑을 열고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하려는 듯한 발언을 해왔지만, 한국은 중국측 주장을 반박할 정확한 연구 데이터조차 없다. 동북아시아 미세먼지 이동을 과학적으로 밝혀줄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한·중·일 공동연구(LTP) 보고서는 지난해 6월 무렵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데이터 불확실성 등을 들어 반대하는 중국 정부의 반발에 부딪혀서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재난상황이 계속되자 부랴부랴 영향 규명에 나섰다. 11월 한중일 장관회의에 앞서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LTP) 연구를 통해 미세먼지 영향을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한중 환경장관 회의의 성과는 한중 대기질 공동연구사업 ‘청천프로젝트’ 구성을 결정하는 정도로 정리됐다. 중국은 베이징, 산둥성(칭다오), 장쑤성(난징), 상하이, 저장성(닝보) 등 21개 지역이 해당하며, 한국은 서울 등 17개 시·도의 대기질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