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중요정보 취득시 현법규상 즉각 공개해야 복지부 “위법 말라”주의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활동 중 하나인 ‘비공개 대화’가 자본시장법이 금지하고 있는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에 해당할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화 과정에서 유의미한 투자정보를 확인할 경우 그 내용을 즉시 공개해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28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는 한진 측과 비공개로 접촉해 주총 예상 안건을 파악하고 그 결과에 대해 논의해도 되는지를 법령해석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복지부는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의사항을 최근 전달했다.

수탁자책임전문위는 오는 3월 한진그룹의 주주총회 때 한진 측이 이사진 후보에 누구를 올릴 것인지, 또 한진그룹 경영참여 의사를 밝힌 ‘강성부 펀드’가 이사 후보로 누구를 제안할 것인지 등을 사전에 파악해야 주주권 행사 방향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이같은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이다.

복지부 측의 입장은 금융위의 법령해석에 따랐다. 금융위는 기관투자자가 투자대상기업과 배당정책, 이사 선임 등 경영활동과 관련해 ‘대화(주주관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미공개 정보라 보기 어렵지만, 대화 내용 중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으면서 주가 또는 투자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가 포함돼 있을 경우 그 내용은 미공개중요정보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복지부 측은 ▷기업과의 대화는 주식시장 거래 종료 후에 진행하고 ▷기금운용본부가 대화 중에 얻은 정보를 매매에 이용했다는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면담사실 및 주요내용을 보도자료를 통해 면담 직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금융위의 법령해석과 이에 따른 복지부의 판단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와 일면 배치된다.

복지부가 제정한 스튜어드십코드에 따르면 수탁자 책임활동의 중요한 수단이 ‘비공개대화’다. 국민연금과의 대화사실이 밝혀지는 것 자체가 부담인 기업 입장에서는 유의미한 입장 표명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묵묵부답일 수도 없다.

수탁자책임전문위의 한 관계자는 “기업과 대화를 한다면 그 목적은 ‘투자판단에 유의미한 정보’를 알아내기 위한 것일텐데, 목적대로 그 정보를 알아낼 경우 즉시 공개하라고 한다면 왜 굳이 비공개대화라는 채널을 마련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업과 비공개대화 과정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얻어내더라도 미공개정보이용과 관련한 법은 위반하지 않도록 하는 세부적 방침이 운용본부 내에 마련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