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회장이 보는 한국 자본시장
“좋은 기업들이 꾸준히 생겨나고 그들이 증시 문을 두드려야 한국 주식시장의 질적인 상승이 가능하겠죠. 자본시장의 역할은 현금과 예금에 묶여있는 가계 자산,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여유자산 수백조원이 ‘유니콘 기업’ 탄생의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 아닐까요.”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암울한 증시를 극복하는 데 자본시장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현재 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은 지난 9월 기준 미국에서만 124곳, 중국에서도 77곳이 넘는다. 그러나 국내 유니콘 기업은 쿠팡, 옐로모바일, 엘앤피코스메틱, 비바리퍼블리카 등 4곳에 그친다.
권 회장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쉬고 있는 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협의통화(M1)의 규모는 845조원에 달한다.
권 회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유니콘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업ㆍ기업인들이 많지만, 이들의 가치가 잘 알려지지 않고 있고 그 결과 자본시장에서도 투자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정부가 재정을 통해 기업에 초기자금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가계와 기업이 갖고 있는 자금이 혁신기업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 생태계를 만드는 핵심이 자본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혁신성장의 핵심축을 담당할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을까. 아직은 부족하지만, 선진 자본시장 수준에 오르기 위한 본격적인 수술이 시작됐다는 데 권 회장은 고무돼 있었다. 지난달 금융당국이 내놓은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본시장 혁신과제’가 대표적이다. 권 회장은 “우리나라 증권사, 운용사를 바라보는 외부 시각이 3년 전에 멈춰있는 것을 느끼는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를 바로잡으려는 정책적 노력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올해는 국정과제 5대 특별위원회에 자본시장활성화 특별위원회가 포함되는 등 정부와 국회가 모두 나서 시장의 건의사항을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직 선진화하지 못한 규제환경에도 불구,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해외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데 권 회장은 주목하고 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국내 등록 금융투자회사의 해외점포는 총 113곳으로, 은행(52곳), 보험(32곳) 업권의 해외 진출 실적을 크게 웃돈다. 해외점포의 당기순이익은 올들어 지난 3분기까지 2억1610만달러(약 2426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한해 전체 순이익의 3배 이상 규모다. 권 회장은 “단순한 주식이나 채권중개에 그치지 않고, 역외 IB딜이나 대체투자, 현지고객을 대상으로 한 펀드 판매 등 다양하고 도전적인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권 회장은 자본시장이 신뢰성 측면에서도 한 단계 올라서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전했다. 한 회사가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잃으면 업권 전체가 불신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권 회장은 “내부통제, 소비자보호 등 각 영역에서 각 회사가 구축한 전략을 한 자리에서 공유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선 기자/hum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