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명 기사수 20만명까지 늘어 “하루 5~6콜 받아야 되는데…”
“지도만 보고 오는데 쭉 오르막길, 찾느라고 한참 헤맸어요.”
지난 21일 늦은 밤 까치산역에서 서울 양천구 신월동 방면 주택가, 동대문 방향으로 가는 대리기사를 불렀다. 이곳에서 만난 50대 대리기사 A 씨는 두툼한 패딩을 입고 ‘헉헉’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힘드시지 않냐’고 묻자 A 씨는 “경기가 안좋으니까, 대목이라도 재미가 없다. 카카오 때문에 대리기사 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니 살 수가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운전대를 잡은 A 씨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그리고 주행을 시작했다.
‘대목’인 연말 대리운전업계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최근 직접 대리운전을 부르고 기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대리기사들은 불황 속 줄어든 씀씀이, 여기에 늘어난 대리기사 수, 취객들 상대하는 스트레스가 더해지니 고충이 크다고 하소연을 했다.
대기업인 카카오가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한 지 3년. 과거 12만명에 달했던 대리기사 수는 업계추산으로 올해 20만명까지 늘어났다. 그만큼 경쟁은 치열해졌다. 여기에 불경기가 겹치자, 벌이는 예전만 못하다는 중론이다.
A 씨도 이같은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일반 직장인들도 대리운전 기사로 등록하고, (집까지) 위치만 맞으면 대리운전을 해서 귀가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대리운전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힘겨운 상황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역으로 가는 길에서 동행한 대리 운전기사 B 씨는 “쉽게 보면 ‘저사람 왜 대리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젊고 말 잘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면서 “‘알바 뛴다’는 학생들도 많이 봤는데, (그걸 보면) 경기가 많이 안좋다는걸 느낀다”고 했다.
대리기사들은 생계 곤란에 시달린다. 대리운전기사 C 씨는 “하루 5~6콜을 받아야 생활이 된다”면서 “강남으로 가는 경우가 있으면 좀 돈이 되지만, 외곽 주택가를 돌다 보면 10만원도 못벌고 집에 돌아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김종용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 회장은 대리기사들이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말한다. 그는 강연과 집회를 통해 대리기사들의 권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카카오를 포함한 업체들이 떼어가는 수수료는 운행금액의 20% 수준”이라면서 “출근비와 관리비 등 추가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대리기사 상당수는 생계곤란에 시달린다”고 했다.
애초에 수수료 외에는 추가부담이 없었던 카카오는 최근 월 2만원 상당의 ‘프로서비스’라는 제도를 내놨다. 대리기사들이 2만원을 납부하면, 다른 기사들보다 콜을 더 많이 받도록 해주는 제도다.
김 회장은 “카카오가 대리운전 업계에 진출하며 대리기사들을 많이 모집해 벌이가 줄어든 것인데, 여기에 ‘콜을 잘 받게 해주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내놓은 형국”이라며 “수익을 올리기 위해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