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크고 업무분야 넓은 탓” 정부 국제평가 앞서 사전점검

국내 은행이 금융업권에서 자금세탁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형태로는 현금거래와 가상통화가 자금세탁에 가장 취약했다. 테러자금조달 측면에선 아직 조직이 발달하지 않아 초기단계로 추정됐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국가 자금세탁ㆍ테러자금조달 위험평가’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금융정보분석원ㆍ기획재정부ㆍ법무부 등 12개 기관이 작년 3월~올해 8월까지 분석한 결과다. 우리나라는 내년 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상호평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의 이번 평가는 이를 사전에 대비하려는 성격이다.

정부는 ‘9대 자금세탁 위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위협분야(7개)와 취약분야(2개)를 합친 것이다. 범죄 관련 추징액ㆍ피해 규모 등을 토대로 순위를 매겨 탈세ㆍ조세포탈을 제1위협으로 분류했다. 이어 불법사행행위, 금융사기(보이스피싱), 부패범죄(수뢰ㆍ알선 등), 주가조작, 재산국외도피, 횡령ㆍ배임의 순이었다.

금융업ㆍ특정비금융사업자ㆍ거래수단을 망라해 자금세탁 취약성을 점검한 결과에선 현금거래ㆍ가상통화의 위험도가 가장 높았다. 정부는 고액현금거래보고(CTR) 기준을 내년 7월부터 현행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춰 현금사용 규제ㆍ감시를 국제수준을 맞출 방침이다. 가상통화는 익명성을 앞세워 범죄수익 은닉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이유로 주요 위험으로 정부는 평가했다.

은행의 자금세탁ㆍ테러자금조달 위험은 ‘중간 높음’으로 판단됐다. 금융업권에선 가장 순위가 높다. 금융권 총 자산(2017년 말 기준ㆍ5363조원)의 55%를 은행이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고, 여수신ㆍ외환 등 업무 분야가 방대하단 점을 고려했다. 보험회사ㆍ상호금융ㆍ여전회사의 위험도는 ‘중간’이다.

특정비금융사업자 중에선 카지노사업자ㆍ귀금속상ㆍ변호사의 위험도가 ‘중간’으로 분류됐다. 카지노사업자는 고객확인을 잘하는 등 실제 위험은 높지 않다고 봤다. 귀금속 중 금은 무자료거래가 가능하고, 다른 나라보다 세율이 높은 점이 밀수요인이 돼 자금세탁에 이용될 위험이 높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변호사는 업무영역이 송무수행을 넘어 컨설팅으로 확대돼 불법거래 연루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테러자금조달과 관련 위험은 비교적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테러조직이 없고 이와 연계된 걸로 의심되는 개인ㆍ자선단체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테러자금조달 위험은 낮은 수준이지만, 자금조달을 위한 중계기지 또는 이를위한 무역 중계기지로 활용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UN협약ㆍ안보리 결의와 관련한 금융조치 이행을 위해 1989년 생긴 행동기구. 자금세탁ㆍ테러자금조달에 대한 국제기준을 마련하고 각국 이행현황을 평가한다. 미ㆍ중ㆍ일 등 38개 정회원이 있다.우리나라는 2009년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상호평가 결과는 정기 후속점검(3년)ㆍ강화된 후속점검ㆍ실무그룹 점검대상(4개월 마다) 등 3단계 나뉜다. 부정평가를 받으면 대외신인도, 수출기업 금융비용 등에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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