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기관 정규직으로 10만명 전환 비리 빙산일각 …의혹해소 절실
지난해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첫번째 외부일정은 인천국제공항공사 방문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의눈물을 닦아주겠다”며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바로 그 곳에서 ‘친인척 고용세습’ 채용 비리가 적발됐다. 발단이 된 서울교통공사 사례와 유사했다. 정부가 정규직 전환을 압박하는 상황을 이용해 기존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취업이 쉬운 비정규직으로 친인척이나 지인을 밀어넣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같은 ‘친인척 고용세습’ 비리는 바로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이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드러난 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는 국민적 의혹이다. 게다가 정규직 전환 대상인원이 아직 31만명 이상 남아 있다. 모든 공공기관에 대한 전수조사로 마지막 의혹까지 털고가야 하는 이유다. ▶관련기사 3·5면 2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이후 지난 8월까지 공공부문 기관 853곳에서 근무하던 비정규직 근로자 41만6000여 명 중 8만5000여명(48.6%)이 정규직으로 전환됐거나 전환이 확정됐다. 지난달 27일 기준으로는 전환인원이 10만명으로 늘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25%에 해당하는 10만명이 1년새 정규직으로 전환된 셈이다.
고용부는 작년 7월 공공부문 3단계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진행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1단계는 중앙행정기관, 서울시 등 지자체,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공공기관, 서울교통공사 등 지방공기업, 국립대 등 교육기관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17만4935명이 1단계 전환대상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1단계 작업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2단계 대상은 지자체 출연·출자기관, 공공기관 자회사, 지방공기업 자회사 등이다. 작년 10월 기준으로 600개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수는 4만9839명인데, 이 중 비정규직 근로자는 1만5974명(32%)이다. 3단계 대상은 일부 민간 위탁 기관이다. 생활 폐기물 수집·운반업처럼 정부 부처나 지자체가 위탁한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전환 대상이 된다.
한편 올해 8월말 기준으로 공공기관 가운데 비정규직 정규직(무기계약직 포함) 전환실적 1위는 한국마사회(5561명)로 집계됐다.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2997명), 한국철도공사(1825명), 인천국제공항공사(1648명), 부산대병원(1269명) 순이었다. 지방 공기업은 광주광역시도시철도공사가 296명으로 가장 많았고 안산도시공사 159명, 전주시시설관리공단 127명 등 순이었다.
부문별로 보면 공공기관이 3만5059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앙부처가 1만7406명, 교육기관 1만5597명, 자치단체 1만3259명, 지방공기업 3722명 순이다.
이들 기관중에서 고용세습 비리가 얼마나 나올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고용세습은 다른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고, 그렇지 않아도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는 행위인 만큼 차제에 뿌리 뽑아야 한다. 일부 대기업 가운데 아직 단체협약상의 고용세습 조항을 유지하고 있는 곳도 있다는 점에서 갈 길이 멀다.
전문가들은 “주인이 없고 감시가 소홀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급박하게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이 진행되면서 채용 과정에서 허점이 노출된 측면이 많다”며 “정부가 빌미를 준 만큼 신속하게 공공기관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아울러 재발을 막을 제도적 규제장치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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