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38년만에 내놓은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개정안을 바라보는 시장의 반응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총수일가 사익편취에 날선 메스를 대며 재벌개혁의 속도를 끌어올린 것이 기업활동을 옥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혁신성장 촉진을 위해 대기업의 벤처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에선 기대감이 엿보인다. 또 대기업에 집중된 경제력 분산을 통해 중소상공인들이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이란 희망섞인 전망도 나온다.
우선 시장에선 사익편취 규제 대상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구분 없이 20%로 일원화하고 이들 기업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계열사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경영 효율화를 높인 대기업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규제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총수일가 지분이 20∼30%인 상장사 27개, 50% 초과 보유 자회사 349개 등 376개 회사가 추가로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총 607개 회사가 규제를 받게 돼 현재보다 약 2.6배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개정안은 새로 설립하거나 전환하는 지주회사의 자회사ㆍ손자회사 지분율도 높였다. 상장회사는 현행 20%에서 30%로, 비상장 회사는 40%에서 50%로 강화했다. 그동안 소유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지주회사를 장려했지만, 실태조사 결과 오히려 적은 자본으로 지배력을 과도하게 확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유정주 기업혁신팀장은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를 강화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유 팀장은 금융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에 대해선 “계열사 간 합병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나게 마련인데, 이런 사업 재편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개정안은 대기업이 벤처회사를 지주사로 설립할 때 지분율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자회사는 손자회사의 지분을 40%(상장사는 20%),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상장·비상장)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지주회사의 자회사ㆍ손자회사가 벤처지주회사라면 이 벤처지주사가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 지분이 대폭 내려가게 된다. 자회사 단계의 벤처지주사라면 손자회사의 지분을 상장ㆍ비상장 구분 없이 20%만 보유하면 된다. 손자회사 단계의 벤처지주사는 보유해야 하는 증손회사의 지분율 기준이 100%에서 50%로 내려간다.
대기업이 기존 지주회사의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벤처지주회사를 설립할 때 벤처지주회사가 확보해야 하는 자회사의 지분보유 부담을 크게 완화한 것과 함께 벤처지주사가 비계열사의 주식을 취득할 수 없도록 한 제한도 폐지해 자유롭게 벤처기업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대기업 규제 강화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기대감도 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전날 공정위의 개정안 발표 이후 “과징금 상향조정과 사인의 금지청구권 도입, 자료제출 의무화는 불공정거래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 구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비상임위원을 전원 상임위원화하고, 직능별 단체 추천 도입은 공정거래위원회 사건 심결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일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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