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만화를 실사화시키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인랑’ 같이 충성도 높은 마니아들이 있는 작품이라면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더 부담스럽다. 하지만 ‘인랑’은 원작을 떼어놓고 보더라도 작품이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인 구석을 찾아보기 힘들다. SF부터 액션,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가 뒤섞였지만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한다.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로맨스가 다른 장점까지 갉아먹는다. ‘인랑’은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반통일 테러단체인 섹트가 등장한 혼돈의 2029년, 경찰조직 특기대와 정보기관인 공안부를 중심으로 한 절대 권력기관 간의 숨 막히는 대결 속 늑대로 불리는 인간병기 인랑의 활약을 그린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원작을 실사화시킨 ‘인랑’은 한국 정서에 맞게 원작을 오마주하면서 변화를 줬다. 남북 통일을 배경으로 그 안에서 다양한 집단들이 겪는 대립과 암투가 주축이 된다. 집단에 속한 개인이 겪는 내면의 갈등과 고뇌가 ‘인랑’의 김지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다. 그동안 공포, 액션, 스릴러,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구사했던 김지운 감독은 이번엔 한국에서 보기 드문 SF를 선택했다. 2029년 근미래,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아 SF 장르적 특징이 도드라지진 않는다. 그렇지만 김지운 감독이 구현해 낸 어둡고 건조한 미래가 가진 분위기는 압도적이다. 주요 배경이 되는 서울의 지하 수로는 인랑의 공포스러움을 살려내는데 한 몫 한다. 액션 잘하는 배우들과 감독이 만났으니 시너지가 터질 수밖에. 강화복을 입은 강동원과 정우성의 액션은 물론 남산타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맨몸 액션과 총격전, 자동차 추격신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하지만 화려한 볼거리에도 ‘인랑’ 속 캐릭터에 공감하고 몰입하긴 쉽지 않다. 우스갯소리로 ‘얼굴이 개연성’이라는 말이 있다. 잘 생기고 예쁜 배우들의 출연작에 종종 이런 댓글이 등장한다. ‘인랑’에는 강동원부터 정우성, 한효주, 최민호까지 그림 같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하지만 이들의 화려한 비주얼도 소용이 없다. 특히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강동원, 한효주의 로맨스 덕분에 김지운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개인과 집단의 고뇌는 와 닿지 않는다. 강동원이 연기한 임중경은 인간의 탈을 쓴 늑대지만 이윤희(한효주)를 만나면서 내면의 갈등을 겪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이 진부하고 촘촘하지 않다 보니 뜬금없는 로맨스가 되어 버렸다. 개인과 조직 사이에서 갈등해야 하는 임준경은 사랑꾼이 되어 버렸고 옛 동료였던 구미경(한예리)와 치열하게 대립하던 이윤희는 임중경 앞에선 손목이 잡힌 채 보호 해줘야 하는 여성이 된다. 주요 캐릭터가 무매력이다 보니 오히려 짧은 분량의 한예리, 최민호가 더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다. 또 관객들의 눈이 높아졌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인랑’에서 임중경, 장진태(정우성)이 착용하는 강화복은 ‘아이언맨’ 수트 제작을 담당했던 스튜디오에서 디자인하고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할리우드 영화로 눈이 높아진 관객들에게 ‘인랑’ 속 강화복은 장난감처럼 보인다.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엔 관객들의 눈은 높아졌다. 2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