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내년에 사상 최대 규모인 470조원 안팎의 ‘수퍼예산’이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개선 기미가 없는 청년 일자리 지원을 비롯해 실업자ㆍ고령층ㆍ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예산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재정을 동원하면서 예산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국가가 직접적인 상환의무를 지는 중앙정부 채무가 내년에 사상 처음 7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세수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재정 지출이 더 빠르게 늘어나면서 국가채무가 위험수위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
24일 기획재정부와 관련 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위해 각 부처 및 관련 기관의 요구안을 토대로 예산 책정 여부에 대한 심사를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예산 규모가 최소 460조원을 넘어 많게는 470조원에 달할 것으로예상된다.
앞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8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향후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실효성 있는 일자리 창출방안과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위해 내년 총지출 증가율이 7% 중반대 이상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10% 이상 증액해 편성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예산 한계치를 놓고 논의하지 말고 필요한 것을 다 끌어모아 ‘깜짝 놀랄만한’ 정도로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며,의원들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일자리 사업 등 국가재정법에 부합되는 사업을 발굴해 적극 제안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2017~2021 국가재정 운용계획’ 상 내년도 재정지출 증가율은 5.7%였다. 올해 정부 예산안 429조원과 비교하면 약 24조원 늘어나는 것으로, 중기재정운용 계획상 내년 예산은 453조원 수준이 된다. 하지만 이를 김 부총리 언급대로 최소 7.5% 증액할 경우 461조원에 이르게 되고, 민주당 요구대로 두자릿수인 10% 증액할 경우 내년 예산은 472조원에 달한다.
최종적인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다음달 말 확정되지만, 정부ㆍ여당의 예산 팽창 의지와 최근 발표된 저소득층 일자리ㆍ소득지원 대책 및 최저임금ㆍ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 정책의 연착륙을 위한 재정수요 등을 감안할 때 460조원대 후반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많다. 여기에 최근 2년 동안 크게 줄어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경제활성화를 위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정부 지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 5월말 현재 국가채무(중앙정부 채무)는 669조1000억원으로 작년말(627조4000억원)에 비해 41조7000억원 늘어났다. 올해 세금이 당초 예상보다 잘 걷히고 있지만, 정부가 조기 집행에 나서면서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결과다. 올해 정부가 청년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때 예상했던 중앙정부 채무는 667조1000억원으로, 연말로 가면서 채무는 이 수준에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부채는 2000년대 후반 이후 3년에 100조원씩 급증하고 있다. 2008년 297조9000억원에서 3년만인 2011년 402조8000억원으로 104조9000억원 늘었고, 2014년엔 503조원으로 다시 3년만에 10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어 지난해 627조4000억원을 기록하면서 3년 사이의 증가 규모가 124조4000억원으로 확대됐다. 향후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내년에 700조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나 국가부채 규모는 선진국보다 양호하지만, 지출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 문제다. 재정건전성은 한번 무너지면 개선하기 어려운 만큼, 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재원배분의 효율화가 큰 과제인 셈이다.
hj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