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국방 “두테르테 대통령이 FA-50 추가구매 희망” -필리핀의 다음 한국산 무기 쇼핑목록은 구축함? 자주포?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한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구매 검토를 지시한 뒤 쇼핑 목록에 한국산 경공격기 FA-50 12대를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방한 때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한국산 무기를 다수 접한 두테르테 대통령이 한국산 무기에 매력을 느꼈다는 해석이 나온다.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이 지난 7일 “필리핀 정부는 한국에서 FA-50 12대를 추가 구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일간 마닐라블러틴이 다음날 보도했다.
필리핀은 189억 페소(약 4426억원)를 들여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산 FA-50 12대를 수입했다.
FA-50은 두테르테 정부가 지난해 민다나오 섬에 있는 마라위시를 점령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반군 마우테 소탕작전에 투입돼 혁혁한 공을 세웠다.
FA-50은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에서 파생한 경전투기로 분류된다.
최대 속도는 마하 1.5로 공대공 및 공대지 미사일과 일반 폭탄, 기관포 등 최대 4.5t의 무장 탑재가 가능하다. 적 전투기와의 근접 공대공 전투 시 인터페이스는 F-16과 비슷하다.
▶필리핀 국방장관 “두테르테 대통령이 FA-50 추가구매 희망”=로렌자나 장관은 현재 군 수뇌부들이 FA-50 추가구매 여부를 논의하고 있지만, FA-50의 효율성을 확인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구매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12대를 추가 구매할 수도 있지만, 공군력 증강계획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두테르테는 대통령 취임 전인 2016년 1월 당시 베니그노 아키노 정권이 한국산 FA-50 12대를 수입하기로 결정하자 돈 낭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지난해 마우테 소탕작전에서 FA-50의 유용성과 효율성을 확인한 뒤 마음을 바꿨다고 마닐라블러틴이 전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차 지난 3∼5일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을 직접 타본 두테르테 대통령은 로렌자나 장관에게 수리온 구매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해 말 캐나다 업체와 2억3300만 달러(약 2525억원) 규모의 ‘벨 412’ 헬기 16대 구매계약을 체결했다가 캐나다가 필리핀의 인권실태를 문제 삼자 올해 초 계약을 파기한 바 있다.
이후 필리핀 정부는 한국, 중국, 러시아, 터키 등으로 눈을 돌렸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5일 방한 때 수리온을 직접 타본 뒤 로렌자나 국방장관에게 구매 검토를 지시했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에르모게네스 에스페론 필리핀 국가안보보좌관에 따르면, 필리핀 공군은 수리온의 생존 능력을 검토하는 기술실무그룹을 구성했다.
에스페론 보좌관은 “가장 중요한 것은 헬기 품질과 애프터서비스”라면서 “벨은 6명만 태울 수 있지만 수리온에는 16명이 탑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이 계약을 파기한 벨 헬기는 같은 예산으로 16대를 구매할 수 있었지만, 수리온은 10∼12대를 살 수 있다.
▶필리핀의 다음 한국산 무기 쇼핑목록은 구축함? 자주포?=한국산 헬기와 경전투기 구매를 진지하게 검토중인 필리핀 당국은 그외 다양한 한국산 무기 수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로렌자나 장관은 FA-50 추가구매 의사를 밝히며 “한국이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헬기뿐만 아니라 소형화기 등 논의해야 할 일이 많고, 우리가 군 장비를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을 이전받는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두테르테의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방문 때 연병장에는 수리온 외에 국산 소총과 기관총, 함대함 미사일 해성, 청상어 어뢰, 한국형 GPS 정밀유도폭탄(KGGB) 등도 전시됐다. 오직 두테르테만을 위한 긴급 무기 ‘매대’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수리온에 큰 관심을 보인 뒤 국산 소총과 기관총 전시를 흥미롭게 둘러봤고 함대함 미사일과 어뢰, GPS 유도폭탄 등 미사일 계열 무기 모형에 대한 설명도 경청했다.
한편, 바다에 둘러싸인 필리핀은 지리적 특성상 해양 생활 문화가 발달했다. 인근 중국과는 남사군도에 대한 영유권 분쟁이 진행 중이어서 구축함 등 전함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서 50여년간 이어진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이 최근 종식을 앞두고는 있지만, ‘세계 넘버원’으로 꼽히는 한국산 K-9 자주포나 전차의 수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미 필리핀 군 당국은 지난 2016년 현대중공업과 2600t급 호위함 2척을 2020년과 2021년 각각 1척식 수입하는 계약을 155억 페소(약 3165억) 규모로 맺은 바 있다.
또한 한국 정부는 한국산 무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필리핀에 한국 안보 환경에서 구형이 된 무기를 대거 무상 공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05㎜ 견인곡사포를 대형 차량에 적재한 차륜식 자주곡사포, K21보병전투차를 개량한 경전차, 육군 주력 수송용 헬기 UH-1H, 러시아에서 2006년 들여온 T-103 기초훈련기, 포항급 초계함 및 참수리급 초계정, 신형 다련장 로켓 천무 양산으로 구형이 된 구룡 등이 양도 대상으로 알려졌다.
이런 무기의 무상 공여는 자연스럽게 최신형 무기의 판매로 이어진다는 게 국내 방위산업 관계자의 전언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 공군 곡예비행팀 ‘블랙이글스’가 퇴역시킨 A-37B 공격기 8대는 페루에 무상 공여됐고, 이는 페루 당국이 국산 KT-1 신형 훈련기를 구매결정하는 배경이 됐다고 한다. 필리핀의 한국산 FA-50 등 구매 역시 과거 한국군 무기 무상공여의 결실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