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미세먼지 마스크비 53억→196억 증액…군 내부서도 ‘실용성 의문’ 지적
-국방부, 이달 역대 최대규모 내년 예산안 발표…日과 비슷한 50조 육박할 듯
-‘그동안 그 많은 국방비를 가지고 뭘 했는가?’ 대통령의 질문에 답할 수 있나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국방부가 내년 미세먼지 마스크 예산을 4배 가까이 인상해 의문을 유발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28일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세웠다며, 올해 53억원이었던 미세먼지 마스크 예산을 내년 196억원으로 높인다고 발표했다. 단 1년 만에 50억원대였던 예산이 4배가 올라 약 200억원이 됐다.
국방부는 지난 2016년 6월 범정부 TF에서 발표한 미세먼지 특별대책에 따라 육해공군 각 군별로 미세먼지 특별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지만, 미세먼지 발생일수가 지속 증가해 종합대책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군이 발표한 미세먼지 종합대책에 따르면, 올해 현역병 1인당 미세먼지 마스크 배급량은 14개였는데 내년에는 57개로 늘린다. 57개로 늘린 이유는 연간 미세먼지 예보 ‘나쁨’ 일수가 365일 중 57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국방부는 각 부대 지휘통제실과 병영생활관, 군 병원 등에 공기청정기를 모두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육군훈련소에 1300여대를 먼저 보급하고, 내년 각 부대에 65000여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올해 공기청정기 1300여대 보급을 위해 올해 국방예산에 책정된 예산은 7억9000여만원. 하지만 내년 6만5000여대의 공기청정기 보급을 위해 387억원의 예산도 요청할 예정이다.
군 내부에서는 관련 예산 책정 소식에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군 관계자는 “육군훈련소를 방문해 실태를 점검해 보니 실내 공기질이 나빠 폐질환 등을 앓는 사례가 나타났다”며 “공기청정기가 보급될 경우, 이런 환자 예방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軍 미세먼지 마스크비 53억→196억 증액…군 내부서도 ‘실용성 의문’ 지적=하지만, 군 내부에서도 이번 미세먼지 종합대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군 내부에서 특히 문제 삼는 건 미세먼지 마스크 예산 증액 건이다.
군의 한 실무자는 “훈련 중 병사들에게 미세먼지 마스크를 지급해도 이동 중이나 훈련 중에 숨이 가쁘다며 미세먼지 마스크를 벗는 병사들이 많다”라며 “미세먼지 마스크 예산 증액을 달가워할 이들이 군 내부에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실무자는 “미세먼지 마스크 예산 증액은 미세먼지 마스크 제조회사만 좋아할 거 같다”며 “차라리 여러 번 쓸 수 있는 면 마스크나 기능성 섬유로 된 마스크를 보급하는 편이 훨씬 실용적일 거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군에서는 이미 면이나 천으로 된 마스크는 보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먼지 마스크 보급이 예산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군 일각에서는 일회용으로 사용되는 미세먼지 마스크가 훈련장에 버려져 예상치 못한 환경오염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장병들은 훈련 중 산이나 들, 강을 누비고 다니는데 이들이 훈련 중 일회용 미세먼지 마스크를 흘리거나 버릴 경우 천혜의 자연환경이 오염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부대 지휘관 등의 엄격한 지도로 미세먼지 마스크를 부대로 복귀해 한꺼번에 버린다고 하더라도 일회용성인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레기로 처리하려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내년부터 약 200억원어치의 일회용 미세먼지 마스크가 보급될 경우, 천문학적인 숫자의 미세먼지 마스크가 자연 훼손은 물론, 부대 쓰레기 처리장의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방부는 미세먼지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227억원을 들여 노후된 경유차도 신형 경유차로 바꿀 계획이다.
국방부는 내년 227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2005년 이전 출고돼 현재까지 사용 중인 상용 짚차, 버스, 트럭 등 경유차를 폐기하고, 신형 경유차를 구입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국방부는 이달 중 2019년 국방예산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대통령이 국방예산을 증액한 만큼, 국방부 직원들은 내년 국방예산이 50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참고로 올해 국방예산은 43조원이다.
이 때문에 국방부가 ‘물 들어올 때 노젓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내 대부분의 부서와 조직이 국방예산 증액에 편승해 온갖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육해공군 각 군으로부터 제출받아 취합한 내년 국방예산 규모는 50조원에 육박했고, 국방부가 이를 다시 50조원을 약간 밑도는 수준으로 깎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국방부, 日과 비슷한 역대 최대규모 예산안 발표예정…대통령의 질문에 답할까=국방예산이 50조원에 육박하거나 넘는 나라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2015년 기준 미국이 5975억달러(약 643조원)으로 국방비 부동의 세계 1위이고, 중국이 1458억달러(약 157조원)로 2위다.
3위는 사우디아라비아로 819억달러(약 88조원), 4위는 영국(562억달러:약 60조원), 5위는 러시아(516억달러: 약 55조원) 순이다.
6위는 프랑스(468억달러: 약 50조원), 7위는 일본(410억달러: 약 44조원), 8위는 독일(367억달러: 약 39조5000억원), 9위는 한국(364억달러: 39조2000억원), 10위는 호주(228억달러: 약 24조5000억원) 순이다.
2015년 기준 국방예산 9위였던 한국은 내년 국방예산 50조원에 근접해 일본과 6~7위를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일본 국회를 통과한 방위비는 역대 최대이자 전년보다 1.3% 증가한 5조1911억엔(약 52조6600억원)에 달한다.
우리 군은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강국과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군정찰위성, 장거리 탄도미사일, 차세대 잠수함, 차세대 전투기, 차세대 이지스함 등이 필요해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방예산 중 군사력 증강 예산은 30%에 불과하고 나머지 70%는 군 장병월급 등 병력운영비와 부대운영비 등 전력유지비용으로 책정된다.
올해(2018년) 총 국방예산인 43조원 중 군사력 증강에 투입된 예산은 13조5203억원으로 전체의 31.3%에 불과했다. 나머지 68.7%는 병력운영비(42.7%)와 전력유지비(26%)로 사용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8일 국방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그동안 그 많은 국방비를 가지고 뭘 했는가?’, ‘군은 왜 북한과 군사력을 비교할 때 늘 우리 군사력이 뒤떨어지는 것처럼 표현하는가?’, ‘왜 역대 정부마다 국방개혁을 추진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았는가?’ 등 3가지 질문을 던졌다.
군 당국이 내년 국방예산 총액이 50조원을 넘어 국방예산 면에서 드디어 일본을 앞선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대통령의 3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