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벤처펀드 3조 돌파 시 ‘신주 물량 확보’ 암초 -공모주 못받는 운용사 주의보 -수익률ㆍ세제혜택 못 받으면 분쟁 소지 가능성

[헤럴드경제=김나래ㆍ최준선 기자] 설정액 2조원을 돌파한 코스닥 벤처펀드(이하 벤처펀드)가 ‘신주 물량 확보’ 암초에 부딪혔다. 펀드 규모가 커지면서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는 벤처기업의 신주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벤처펀드의 핵심인 신주 확보가 힘들어지면 세제혜택뿐 아니라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이로 인해 투자자들과의 분쟁의 소지도 있어, 벤처펀드 운영을 놓고 자산운용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협회가 최근 집계한 벤처펀드의 설정액 규모는 총 2조5266억원에 달한다. 공모 펀드상품 10개와 사모 상품 179개가 판매됐으며,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상품 수는 86개, 설정액 규모도 1조2000억원 이상 크게 증가했다. 시장에선 6월 중에는 설정액 규모가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벤처펀드는 중소기업 지원과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정부가 주도해 출시한 상품이다. 공모주 가운데 30%를 이 펀드에 배정하기로 했고, 공모 벤처펀드에 3년 이상 투자하면 3000만원(펀드별 투자 총액)까지 10%의 소득공제(한도 300만원)를 받을 수 있다.

다만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펀드 자산의 최소한 15% 이상을 신주인수권부사채(BWㆍ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와 전환사채(CBㆍ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 등 벤처기업의 신주에 투자해야 한다. 여기에 벤처기업에서 해제된 지 7년이 지나지 않은 코스닥 상장 중소ㆍ중견기업의 신주 및 구주까지 합쳐 전체 자산의 50% 비중이 벤처기업에 투자돼야 한다.

문제는 한 해 발행되는 벤처기업의 신주가 한정돼 있다보니,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는 ‘15% 비중’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벤처기업으로 분류된 기업이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하며 공모한 자금은 약 8000억원으로, 올해는 약 1조원의 신주가 상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1조원 규모의 벤처기업 신주 중 30%(3000억원)를 벤처펀드가 우선배정 받는다고 가정해도 펀드 규모가 약 2조원을 넘으면 신주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는 없다.

물론 벤처기업의 공모주 외에 CB, BW 등과 같은 중위험ㆍ중수익의 메자닌 물량을 통해서도 15% 비중을 채울 수 있지만, 공모펀드를 주로 운용해왔던 대형 운용사의 경우 메자닌 전담 조직조차 없다. 그러다 보니 ‘메자닌 없이 15% 요건을 채우겠다’는 전략이다. 자칫 표면금리 0%로 발행된 ‘배짱 CB’에도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특히 공모 자금이 큰 주요 벤처기업의 경우 대형 증권사들이 상장 주관사를 주로 맡는데, 현행 자본시장법으로는 펀드 운용사가 주관사의 계열회사인 경우 공모주를 배정받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투자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소득공제 및 공모주 청약시 우선배정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이를 투자들에게 고지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수익률을 얻지 못할 경우 소송과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당초 벤처펀드 출범 당시 이같은 문제점이 제기됐지만, 금융당국에서는 제대로 된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벤처펀드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더 지켜볼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ticktoc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