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10% 인상 가능성 기업위한 정책보완 사실상 전무 국회 파행…산입범위 논의 못해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제11대 최저임금위원회가 오는 17일 본격적으로 활동에 돌입하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현실화를 위한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16.4% 인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경영계 전반에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지만 정부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는 데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논의마저 공전하면서 별다른 보완책 없이 또다시 10%를 웃도는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관련기사 3면 현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려면 내년에도 약 15%의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에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친노동정책에 찬성하는 진보성향의 인사로 구성된 점도 최저인금의 대폭 인상 전망에 힘이 실린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을 진보 성향의 인사로 구성한 부분은 인상 속도를 늦추거나 조절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내년에도 올해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발생하고 있는 악영향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 이뤄질 지도 미지수다.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이 한달 가량 늦어지면서 논의를 위한 충분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법정 심의기한인 6월 말까지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안에 내년 최저임금에 대한 결론을 내야한다.
경영계는 이미 부작용에 신음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진행한 5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57.5%가 ‘인건비 상승’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인건비 부담으로 인력 감축 움직임이 일면서 고용 상황도 불안해졌다. 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업종 중 인력감축이 비교적 쉬운 서비스 업종에서 이 같은 현상이 뚜렷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5월 현재 도소매업 종사 근로자는 전년대비 9만6000명이 줄었고, 숙박음식업 종사 근로자는 2만명이 감소했다.
대기업도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근로자들 사이에서 임금 역전현상이 발생, 호봉제 적용 생산직 근로자의 경우 전체 임금 수준 상향이 불가피해졌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경영계는 ‘제도 현실화’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중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은 제도 현실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거론된다.
하지만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차이가 여전히 크다.
현재 최저임금에는 매달 정기ㆍ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기본급과 직무·직책수당, 면허수당 등 직무 관련 고정수당만 산입된다. 경영계는 상여금과 숙박비ㆍ숙식비 등 고정수당을 모두 최저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상여금과 숙식비는 복리후생비의 일환이며, 산입범위를 확대할 경우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반감된다는 입장이다.
산입범위를 결정해야 할 국회마저 한 달 여 넘게 파행되면서 관련 논의가 제자리 걸음이다.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재계와 노동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산입범위와 관련한 논의를 청취한 이후 현재까지 별 진척이 없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직접 산입범위와 관련해 직접 개정 작업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현실 가능성이 적다는 전망이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창출팀장은 “정부가 (산입범위)를 개정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고, 노조도 설득해야한다”며 “국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다면 이후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최근 산입범위 논란 등 최저임금 이슈를 풀기 위해서는 노동 정책뿐만 아니라 기업 정책의 관점에서 함께 고민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막무가내식 최저임금 인상이 아닌 기업의 현실을 고려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박사)는 “기업의 생산성을 키우면서 그 과실을 노사가 함께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단순히 정부가 한 쪽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노사간 협력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이후 노사정이 함께 가는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손미정ㆍ이세진 기자/bal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