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상공인 현실 모르는 정책 전문가 “노동인프라 개선 절실”
“일자리 창출 관점에서 볼 때 노동시장 경직화는 후진기어이며 일자리 창출은 전진기어다.지난 1년 간 순수한 일자리 창출 정책은 보이지 않고 대부분 후진기어 정책을 펴서 전진을 못했다” ▶관련기사 5면·6면·12면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굵직한 고용ㆍ노동 이슈로 점철된 지난 1년 간 현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대체로 현실 여건을 무시한 급격한 정책 추진이 야기할 부작용을 우려하는 평가를 내놨다. 노동 존중 사회와 차별없는 일터라는 국정 로드맵 측면으로 보면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슈별 각론으로 들어가면 우리 노동 시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 많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근로시간, 보안책 필요=전문가들은 소득주도 성장의 실현을 위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해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취임과 함께 공약으로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 달성을 공약으로 제시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6470원이던 최저임금을 올해 16.4% 올렸다. 인상률이 직전 5년 평균 인상률 7.4%의 배를 넘는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이 됐다. 앞으로 문 대통령의 공약 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려면 매년 15~16%씩 추가로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
이에 대해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시점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평가를 내리면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며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는 중소 상공인들이 고용을 줄이는 상황에서 생산성 증가 없는 임금 인상은 허구이자 환상이라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극화 해소라는 최저임금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산입범위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사 간 합의로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한 것은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향후 산입범위 조정 등 제도적 보완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7월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하 평가 역시 부정적이다. OECD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근로시간이 긴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산업적 특성을 고려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근로시간 단축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선 업종별, 상황별로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제도가 선행됐어야 한다는 것. 특히 국내 중소 제조업체의 40% 이상이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도급 업체인 현실을 감안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현재 방향으로는 일부 대기업 노동자들만 혜택을 보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대부분 대기업의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구조다. 납기일이 다가올수록 상당히 바쁘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대책도 한계…과로사회 탈출 첫걸음은 성과=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뒀던 ‘비정규직 제로 정책’도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전제인 직무 등급제를 관철시키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천공항공사 등 공공부문 자회사가 많이 생겼지만 문재인 정부 공약인 직무 표준화 및 직무 재설계, 직무 등급제가 도입되지 못했다”며 1차 노동시장(공공부문 등 고임금ㆍ장기 고용관계)만 살찌우고, 2차 노동시장(저임금ㆍ단기 고용관계)은 고사하는 이중노동시장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가운데 ‘노동과 일자리’에 초점을 맞춰 공론화한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노동존중 사회, 차별없는 일터라는 국정로드맵 차원에서 진일보했다”며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도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의미있는 첫발”이라고 평가했다.
천예선ㆍ이승환 기자/che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