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모(49) 씨 일당의 댓글 여론조작 사건이 포털의 여론 조작 책임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거세지는 비판 속에서 포털의 기사 제공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마저도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씨 일당은 포털의 댓글 기능이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포털이 특정 세력의 조직적인 개입에 속수무책이라는 점을 노린 것이다. 네이버의 뉴스 댓글 기능은 지난 2004년 처음 도입됐고 2년 뒤 댓글 추천 기능이 더해졌다.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댓글 기능 덕분에 포털 뉴스 의존도는 크게 늘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 한국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이용자들이 포털 뉴스에 의존하는 비율은 77%으로 조사대상 36개국 가운데 가장 높고 전세계 평균(30%)보다 2배 높은 수치다.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댓글 기능의 애초 취지와 달리 ‘공론의 장’ 기능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론 조작의 창구로 악용됐기 때문이다.
댓글 분석 사이트인 워드미터에 따르면 하루 1300만 명이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데 비해 댓글을 다는 이용자는 11만4000여명으로 하루 평균 이용자의 0.9%에 불과하다.
이들은 매일 약 31만개의 댓글을 다는데 8만 개 이상은 6000여 명에 의해 작성된다. 겨우 수천여 명에 불과한 이용자들에 의해 온라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용자 한 명당 아이디를 3개까지 만들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댓글을 다는 이용자들은 이보다 적을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구글의 경우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뉴스를 편집해 보여주고 있지만 댓글 논란에선 비교적 자유롭다. 포털 내에서 뉴스를 보여주는 ‘인링크’방식이 아닌 뉴스 클릭 시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 방식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포털의 댓글 문제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네이버 측이 부랴부랴 1인당 댓글 3개만 달도록 제한하고 댓글을 연달아 작성하지 못하게 하는 대응책을 내놨지만 이용자들의 댓글 조작은 여전히 막을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우리나라도 구글과 같이 ‘아웃링크’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아웃링크’ 도입 법안이 활발이 논의되고 있고, 네이버도 뉴스 제공 계약을 맺고 있는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마저도 온라인상의 여론 조작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아웃링크를 도입하면 영세한 기업의 경우 해킹 통로로 악용되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네이버가 지엽적인 정책보단 댓글 조작이 얼마나 벌어지고 있고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등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이용자들의 신뢰와 공감대를 얻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