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판문점 공동취재단·정세희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화법은 솔직하고 대담하고 거리낌이 없었다. 숨기고 싶을 만한 치부도 거침없이 드러내는가 하면 유려한 농담으로 좌중의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다. 생중계와 청와대 홍보수석의 전언, 판문점 공동취재단의 취재로 전달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묶었다.
▶ “그럼 지금 (북쪽으로) 넘어가 볼까요?”=27일 오전 9시 28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졌다. 활짝 미소지으며 악수한 두 정상은 사진촬영을 했다. 첫 번째 파격은 이 순간 일어났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군사분계선 북쪽으로 월경하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흔쾌히 김 위원장의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 북쪽으로 10초가량 월경했다. 이후 브리핑에서 윤영찬 수석은 깜짝 월경의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첫 악수를 하며 “남측으로 오셨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건너 남측으로 넘어온 뒤 문 대통령에게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고 ‘깜짝 제안’을 하면서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었다고 한다.
▶ “평양냉면, 멀리서 온, 아 멀다고 하면 안되갔구나”=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김 위원장은 첫 방남에 대한 긴장감을 풀려는 듯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유머도 곁들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져왔다”면서 “대통령께서 편한 맘으로, 평양냉면, 멀리서 온” 하더니 왼쪽 자리에 앉은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에게 “아, 멀다고 말하면 안되갔구나”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 위원장의 곧바로 미소지으며 “좀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만찬 음식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즉흥적인 표현을 섞어 여유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 “문 대통령 새벽잠 설치지 않게 제가”=김 위원장은 또다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농담’을 꺼냈다. 문 대통령에게 “우리 때문에 NSC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고 한 것. 그는 지난 3월 초 방북한 우리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도 “그동안 우리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새벽에 NSC를 개최하느라 고생 많으셨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말에 문 대통령은 이에 “(남측) 특사단이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해주셔서, 앞으로는 발 뻗고 자겠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새벽잠을 설치지 않게 내가 확인을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 “남한 있다 북한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김 위원장의 ‘전매특허’가 된 ‘치부 솔직히 드러내기’는 오늘 환담에서 또다시 등장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게 우리 교통이 불비(不備·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음)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면서 “평창올림픽 갔다 온 분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작년 조선중앙TV로 전국에 중계된 육성 신년사에서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한 해를 보냈다”며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극히 이례적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악수만 가지고 박수받으니 쑥스럽다…잘 연출됐습니까?”=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잠시 이뤄진 기념촬영 때도 유쾌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두 정상은 신장식 작가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을 감상했다. 남북 취재진 등이 기념촬영을 하겠다고 하자 김 부위원장이 박수를 유도했고 양 정상은 악수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기념촬영이 끝나자 김 위원장은 “악수만 가지고 박수를 받으니까 쑥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잘 연출됐습니까”라고 묻자 장내에는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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