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권오준 회장은 이날 긴급 이사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100년 만들어가기 위해서 여러가지 변화 필요하다”며 “그 중 CEO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저보다 더 열정적이고 능력있고 젊고 박력있는 분에게 회사의 경영을 넘기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권 회장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급작스런 사퇴에 따른 외압설이 불거지고 있다. ▶관련기사 5면 포스코는 국영기업으로 출발했다. 이후 2000년 9월 정부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민영화가 됐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들이 중도하차 했다.
전임 회장들이 공식적으로 밝힌 사임 이유는 다양하지만 정권 교체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권 회장도 표명적으로 건강상의 이유를 꼽고 있다. 지난 4년간 구조조정과 창립 50주년 행사 추진에 따른 과로가 누적돼 최근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조언이 있었다고 한다. 또 향후 시작되는 또 다른 50주년은 젊고 새로운 리더십으로 준비하면 좋겠다는 권 회장의 생각이 반영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포스코 창립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권 회장은 회장 직무를 계속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시 권회장은 CEO 교체설과 관련 “저희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며 “정도에 입각해서 경영을 해나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어 건강상 이유는 말그대로 ‘표면적인’ 이유로 읽힌다.
정권교체와 맞물린 포스코의 악연은 고(故) 박태준 회장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68년 4월부터 1992년 10월까지 회장직을 유지했다. 하지만 1992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의 불화로 사임했다. 이후 2대 회장으로 박태준 회장의 핵심 참모였던 황경로 회장과 정명식 회장이 YS 정권에서 물러났다.
이후 김만제 회장이 4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YS정부 시절 1994년 3월부터 1998년 3월까지 4년간 재임했다. 이후 DJ정부가 출범하자 사임했다. 후임으로 포스코를 이끈 유상부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사퇴했다.
이구택 회장이 포스코 6대 회장으로 선임돼 2003년 3월부터 2009년 1월까지 이끌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1년 뒤인 2009년 초 정치권 외압 논란 와중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전 회장은 “외압이나 외풍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전문경영인과 사외이사제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불식시키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정권 차원의 외압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2009년 1월 취임한 정준양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때 국빈만찬과 10대 그룹 총수 청와대 오찬, 베트남 국빈방문 사절단 등 대통령이 참석한 주요행사에서 배제됐다. 이는 권오준 회장의 최근 상황과 비슷하다.
권 회장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해외 방문 수행하지 못했다.
정 회장은 또 국세청이 서울 포스코센터, 포항 본사, 광양제철소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사퇴 압박용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정 전 회장도 사임 결정에 외압이나 외풍은 없다고 밝혔지만, 정권 교체에 따른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 같은 정권 교체기마다 일부 민영화된 기업들은 ‘전리품’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재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 지분이 없는 기업들의 CEO를 ‘보이지 않는 손’을 이용해 교체하는 것이 적폐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정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