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선거 공정성 훼손...죄질 가볍지 않아” -“朴 정부 정책 비판하는 과정에서 범행한 점 참작”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독립운동가였던 고(故) 장준하 선생의 셋째 아들 호준(58) 씨가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조의연)는 1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장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미국에서 목사로 일하고 있는 장 씨는 이날 선고공판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재외 선거권자들의 합리적 판단에 영향을 미쳐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재외 선거 관리위원회의 수차례 요구에도 이를 무시한 채 투표 참여 권유를 계속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장 씨가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범행이 실제 선거 결과를 좌우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
장 씨는 2016년 4ㆍ13 총선을 앞두고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15년 12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박근혜 정권을 투표로 심판하자’는 광고를 해외 한인 일간지와 인터넷 매체를 통해 10여 차례 실은 것으로 조사됐다. 투표일 당일에 재외 투표소인 주미 보스턴 총영사관 근처에서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는 피켓 시위를 한 혐의도 있다.
장 씨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하지만 “신념과 양심에 따라 행동한 것”이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장 씨 측은 또 “여권 반납 조치와 검찰 수사는 박근혜 정부의 정치탄압”이라며 반발해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6년 3월 장 씨를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여권 반납 조치를 했다. 선관위가 2012년 재외선거 도입 후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여권반납을 결정한 건 처음이었다. 장 씨가 정치 탄압이라며 입국하지 않자 검찰은 그를 소환조사하지 않고 재판에 넘겼다. 장 씨가 법정에도 나오지 않자 재판부는 검사와 변호인만 출석한 상태로 궐석재판을 진행했다.
장 씨의 부친 장준하 선생은 해방 이후 언론인이자 정치인으로 독재정권에 맞서다가 1975년 박정희 정권 때 의문사했다.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지난 2013년 12월 발의됐지만 옛 새누리당의 소극적인 태도로 5년여 간 국회에 계류돼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