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 도시-공원우리는 ‘시’에서 살고, ‘구’에서도 살고, ‘동’에서도 산다. 행정구역 상 우리는 시, 구, 동에 속해 산다는 걸 알지만 실제 내가 살아가는 곳은 ‘내 동네’다. 우리 동네가 좋은 이유는 다양하다. 교통이 좋아서, 편의시설이 많아서, 교육환경이 좋아서 등인데 이러한 이유들은 ‘집값’을 들썩이게 하는 요인이 된다.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이유 중 하나는 ‘숲세권’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도심 속에서 공원, 숲, 산이 집근처에 있길 바란다는 것이다. 특히 같은 도심이라도 집 가까이 공원이 있는 동네와 아닌 동네의 가치의 차이는 더 커지고 있다. 저녁 먹고 산책도 하고, 강아지 산책도 시켜야 하니깐.
공원들이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다그렇게 소중한 공원들이 없어질 수도 있게 됐다. ‘도시공원 일몰제’ 때문이다. 2년 뒤부터 시행될 도시공원일몰제는 동네 공원이었던 땅을 ‘공원이 아닌 땅’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2020년 7월 1일부터 규제가 자동적으로 풀린다는 뜻이다.
그럼 지금까진 어떻게 공원으로 있을 수 있었을까? 1970년대부터 도시에선 공원으로 만들기 좋은 땅을 묶어 ‘공원용지’로 지정했다. 이 땅 중엔 개인 땅도 많았다. 하지만 공원용지로 묶이면 땅 주인은 개발을 할 수 없다. 그런데 일은 엉뚱한 데서 터지기 시작했다. 경기도 성남시의 일부 땅이 ‘학교’ 용도로 지정됐었는데 오랜 기간 그 땅에 학교도 지어지지 않고 용도도 변경되지 않아 땅 주인들이 심각하게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다. 땅의 용도가 정해질 당시 ‘학교 부지’로 지정돼 개발을 아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1999년 헌법재판소는 하나의 판결을 내리는데 ‘지정 당시 토지 용도로 이용이 불가하거나 사적이용권이 완전히 배제된 상황임에도 아무런 보상 없이 방치되었다면 이는 과도한 토지재산권의 침해로 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판결이 ‘공원’으로 지정된 토지에도 똑같이 적용돼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후 20년 동안 사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땅에 대해 자동적으로 2020년엔 ‘공원이 될 땅이니 건들지 말아야할 땅’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한 두군데가 아니다2016년 기준 전국도시공원의 면적은 942,241,6843㎡이다. 605.21㎢의 서울보다 1.5배 큰 규모다. 이 중 아직 공원사업의 집행이 덜 된 곳은 504,935,631㎡에 달한다. 전체 도시공원의 절반이 넘는 면적이다. 공원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에선 이 땅을 사들이지도 못했고 다른 사업들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써야해서 또 밀려 공원 땅을 사들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공원에 묶인 땅을 가진 주인들도 제대로 땅을 굴리지도 못하고 손해를 봤다. 서울시 역시 2020년 7월 1일부터 116개, 총 95.6㎢의 도시공원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최근‘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실효 대응 기본계획’을 세웠다. 시 예산을 들여 사유지를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동네공원이 사치라고?“땅도 좁고 인구도 많아서 살 집도 없는데 ‘공원’ 타령이 웬말이냐”는 사람들의 의견도 있다. 250만명이 사는 캐나다 토론토 시민들의 1인당 공원면적은 29.7㎡다. 영국 런던은 1인당 24.2㎡, 프랑스 파리는 인당 10.35㎡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1인당 7.6㎡다. 2평 조금 넘는다. 이마저도 공원 일몰제가 시행되면 더 줄어들게 된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에선 쾌적한 환경과 시민건강을 위해 1인당 공원면적을 9㎡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건 우리에게 너무 먼 얘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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