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평창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위해 남한을 찾았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이 27일 북한으로 돌아가면서 ‘평창 휴전’도 종결됐다.
성과는 많았다. 북미 대화 가능성이 열렸고, 북한 비핵화를 향한 첫걸음도 뗐다. 하지만 우려도 여전하다.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되는 4월에는 이전보다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란 ‘위기설’도 나온다. 시간은 많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주 긴 여정”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북한에 던진 메시지는 ‘북미 관계 개선’ 하나였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을 만나 방북 초청장을 받으면서도 남북정상회담의 위해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이 ‘여건’엔 북미 대화가 포함돼 있다. 미국과 북한이 먼저 관계가 좋아져야 남북 정상회담 역시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우물 숭늉’ 속담을 사용해 대화를 대화는 않는다는 원칙도 재확인했다.
지난 25일 김영철을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화법은 보다 직설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취해야 할 방법론에 대해서까지 구체적으로 전달했다. 김영철이 북으로 돌아가서 김정은에게 전달할 메시지 역시 비핵화를 전제한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도입부’가 주된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에게 전달한 북한 비핵화 단계는 크게 두가지로, 북한의 핵동결 이후 단계적 핵폐기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가리킨다. 여기에 북미 대화를 위해 보여야 할 북한의 사전 행동 역시 중요하다. 북한이 비핵화 논의를 통해 국제 사회로 나올 경우 단계별 구상을 설명했다. 일단 김영철은 “미국과의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원칙적 반응만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미국을 향한 발언도 꺼내놨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래서 미국과 북한이 빨리 마주 앉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핵을 폐기해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에도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새라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27일 “북한과의 어떤 대화의 결과도 비핵화가 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북미 중재 외교는 평창 휴전이 끝나면서 더욱 긴박하게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불과 6개월전 ‘한반도 전쟁 불가론‘을 강조해야 했던 문 대통령 입장으로선 현재의 평화 상태 유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언제 다시 한반도 위기가 불어닥칠지 모를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차적으로는 패럴림픽이 끝나는 3월 18일 이전까지 북한과 미국 사이 의미있는 대화의 장을 여는 것이 급선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4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올림픽 기간 동안 군사훈련을 중단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때문에 군사훈련 재개 가능 시점은 불과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한미군사훈련 준비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까지를 고려하면 불과 한달 가량 남았을 뿐이다.
북한측은 한미군사훈련 재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날강도 본성을 드러낸 망동’ 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미국은 조선반도의 긴장완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심산으로 올림픽 경기가 끝나는 즉시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을 개시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전날 한·미합동군사연습 재개와 관련 “우리 공화국에 대한 악랄한 도전”이라 밝힌 데 이어 사흘 연속 미국 비난에 나선 것이다.
미국 국무부도 조만간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재개 할 태세다. 방일 중인 랜달 슈라이버 미 국방부 아태 차관보는 패럴림픽 폐막 이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 헤더 노어트 대변인 역시 지난 20일 “우리가 훈련을 재개하지 않을 것으로 볼 어떤 이유도 없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는 훈련을 해왔다. 한국은 우리의 강력하고 견고한 동맹”이라고 발표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한미연합훈련 재개 일정과 관련해 “(평창동계)패럴림픽이 3월18일 종료된다. 18일부터 4월 이전에 한미 양국장관이 정확히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일정이 4월 초로 알려진 가운데 외교가에선 ‘4월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매년 한미연합군사훈련은 한반도 위기 수위를 높이는데, 훈련 때마다 북한은 도발로 대응해 왔기 때문이다. 핵항모 전단, 스텔스 전투기 등 전략 자산과 북한 수뇌부 타격이 가능한 신형 무인기 ‘그레이 이글’까지 한국을 향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추가 통화 계획은 현재로선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