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 추위속에서도 분주한 물류단지 -최대 50% 늘어난 물량…퇴근도 제대로 못해 -인력들 “춥고 힘들지만 보람있어” 만족감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한 작업자가 목장갑을 벗었다. 손은 목장갑 코팅처럼 빨갛다. 작업자는 뿌연 입김을 손에 뿌리며 양손을 열심히 비볐다. 추위로 언 손을 녹이기 위해서다. 옆자리 작업자는 장갑낀 손을 얼어붙은 귀에 갖다 댔다. 연신 발을 움직이거나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담배도 피우지 않는데 뿌연 김들이 작업장 곳곳에서 솟아 오른다.
서울 지역에 영하 10도의 한파가 닥쳤던 지난 8일 오전, 송파구에 위치한 서울동남권 물류단지에 다녀왔다. 이곳은 롯데택배와 한진택배 등이 서울과 경기권 일부지역에 물류를 공급하는 전초기지다. 근무 인력은 수천명에 달한다. 홍성일 롯데글로벌로지스틱스 작업반장은 “날씨가 추운 탓에 유독 근무가 더 힘들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물류단지에서 하는 주된 업무는 ‘분류’다. 하루 두 차례 분류작업이 진행된다. 우선 오후 6시부터 각 지방에서 가져온 물건을 지역별로 나누는 작업, 두번째는 택배기사들이 자신에게 할당된 물량을 분류해 차량에 싣는 작업이다. 하지만 이날 오전 8시까지도 센터에서는 첫번째 분류 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한 켠에서 꾸준히 상품을 분류하는 작업이 진행됐고, 다른 쪽에서는 택배기사들의 분류작업도 이어졌다.
택배업체 물류센터마다 명절기간 물량은 25~50%씩 증가한다. 특히 올해는 김영란법 개정 등이 겹쳐 물량이 더욱 늘어난 편이다.
이에 서울 동남권 물류단지는 빠르게 돌아간다. 롯데글로벌로지스틱스는 이곳에서만 50만건이 넘는 물량을 처리한다. 설연휴기간 전체 센터에서 처리하는 물량은 약 180만건, 평소 120만건 대비 50% 이상 물량이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단지내에 위치한 한진택배 작업장도 분주한 모습이다. 한진택배 구역 입구에 선 직원들은 지친듯 찬 바닥에 주저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김남선 롯데택배 역삼대리점 소장은 “평소때는 기사들이 하루 230건 정도씩 물량을 처리했는데, 설 기간에는 300건 정도씩 처리한다”면서 “오전 5시에 나와 오후 10시~12시까지 일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주재일 롯데글로벌로지스틱스 사원은 “평소 오전 6시30분이면 끝나던 작업들도 오전 8시가 다 돼야만 완료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정에 귀가해서 잠시 눈만 붙이고 나와 현장을 정리하고, 매일 강행군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올해 설 특수기 물량은 전년 설 특수기 대비 약 25%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김영란법 개정으로 농축산물 선물 배송 증가와 졸업과 입학 시기가 설 연휴와 이어져 있어 늘어난 물량을 신속하게 배송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운 날씨에 물량도 늘어난 상황. 하지만 기사들은 힘들어도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택배기사 홍모(53) 씨는 “물류단지에 들러서 짐을 잔뜩 싣고나면 땀이 나는데, 순식간에 식으면서 너무 춥다”면서 “황급히 차로 들어가 히터를 틀어 감기가 들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배송기사인 김모(56) 씨는 “최근 추워진 날씨로 배송때 어려움이 있어지만, 가족 대명절인 설을 맞아 내가 배송하는 상품이 받는사람에게 행복함을 준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며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대학생 물류단지 아르바이트생 강모(23) 씨는 “하루 일당을 13만원씩 받는데 열흘만 일해도 한학기 생활비가 나온다”면서 “힘들지만 버텨야 한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