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채용기준 두고 논란 대법원까지 가야 정리될 듯
시작도 하기 전에 난관이다. 금융당국과 업계간 ‘어떤 게 비리냐’를 두고 시각차가 크다. 채용비리를 근절할 공통의 매뉴얼 제정을 놓고서다. 대표 쟁점이 ‘입점대학 출신자 우대’다. 당국은 그 자체를 ‘비리’라고 본다. 은행은 영업활동을 위한 관행이라고 주장한다. 매뉴얼엔 이런 사항을 원천 금지할지, 은행별로 융통성있게 적용할지 등을 담아야 하는데 이 작업이 지난(至難)할 거란 관측이다.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로 판이 커진 마당에 유ㆍ무죄 판단이 나올 때까지 버티겠다는 업계의 강경한 흐름도 감지된다.
9일 금융당국ㆍ은행업계에 따르면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 제정을 위한 전국은행연합회 주축의 태스크포스(TF)팀 구성이 지지부진하다. 어떤 은행을 TF에 넣을지조차 논의되지 않고 있다. 이유는 금감원의 검사결과에 반발하는 은행들 때문이다. 채용비리라는 ‘프레임’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TF 구성 등은 ‘선언적 의미’에 머무는 상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과 거래하는 대학의 출신자를 우대하는 건 영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으로 오랜 관행이었다”며 “이게 수사 대상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입점대학을 졸업했다고 점수를 더 주고, ‘비(非) SKY(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 출신은 점수를 깎아 떨어뜨리고 하는 게 다 비리”라며 “은행이 개인 기업이 아닌데 자기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는 입장이 난처하다. 애초 금감원의 채용비리 검사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는 쪽으로 모범규준을 만들려고 했지만,검찰에 수사 의뢰가 되면서 일이 꼬였다. 연합회 관계자는 “(채용비리에 민감한) 국민들의 정서적인 측면도 중요하고, 사법적 판단의 결과도 중요하다”며 “입점대학 우대를 다 없애자고 하는 게 맞는지 등을 충분히 논의하고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업계 일각에선 감독당국이 검사를 진행하는 동안 수집한 자료들을 공유하거나 매뉴얼의 얼개라도 언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임직원 자녀라고 가산점을 주는 등 잘못된 제도나 관행을 빨리 빨리 고치면 된다”며 “매뉴얼의 틀을 금감원이 언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홍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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