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트 디즈니가 한화 약 57조원을 들여 21세기 폭스의 핵심 자산을 인수ㆍ합병했다.

이미 ABC, ESPN 등 미디어 네트워크와 마블엔터테인먼트, 루카스 필름 등 스튜디오를 보유한 월트 디즈니가 단지 콘텐츠의 확대만을 노렸을까? 세계 3위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훌루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번 빅딜로 21세기 폭스가 보유한 훌루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90여년 동안 명성을 지켜온 월트 디즈니의 선택에서 디지털 플랫폼이 화두로 등장한 것은 콘텐츠 업계의 현실이 반영된 까닭이다.

이미 미국의 10대들은 TV보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한다고 알려졌다.

지난해 9월 국제음반산업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유튜브 이용자 중 85%인 15억명이 음악마저 유튜브로 감상한다.

언제 어디서나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의 특성은 콘텐츠 업계의 전통적인 영향력과 역할을 뒤흔들고 있다.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홍보의 핵심 수단이었던 가수들은 이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스스로 콘텐츠를 노출하며 스토리를 만들어 간다. 소비자 역시 TV가 제시하는 콘텐츠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수시로 원하는 아티스트의 영상을 찾아보며 직접 소통한다. 요즘은 디지털 상에서 보이는 이용자의 반응이 실제 화제성과 직결되고, 역으로 방송에 전이되는 상황도 빈번하다. ‘프로듀스101 시즌2’의 경우, TV로 방송될 당시 평균 시청률은 최고 5%대였지만 화제성은 그 이상이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방송 뒷이야기를 비롯, 출연자 별로 초점을 맞춘 직캠 영상을 공개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덕분이다. 최종 1위로 선발된 출연자의 인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도 직캠 영상이었다.

디지털 플랫폼에 업로드 된 콘텐츠는 언제든 전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해 차근차근 팬 층을 넓혀 글로벌 케이팝 스타로 부상한 방탄소년단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때 디지털 플랫폼이 방송 및 아티스트를 위한 부수적인 장치였다면, 이제 디지털 플랫폼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성공의 주요한 척도라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이로 인해 뒤바뀐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사업 영역 다각화가 필수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음악 사업자, 유통하는 플랫폼 사업자 등의 역할 구분은 이미 무의미해졌다. 경쟁 상대는 막대한 자본과 영향력을 보유한 글로벌 사업자들이다. 글로벌 전역에서 변화와 혁신이 가속화 되는 가운데, 이들과 경쟁해야 할 국내 콘텐츠 사업자에게는 수십 년 전 규정된 전통적인 역할에 머물 것이 요구되기도 한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도를 영역 침해로 간주하고 비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도전과 발전은 기회에서 시작된다.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혁신적 서비스도 규제보다 기회가 우선했기에 가능했다. 낡은 시선을 버리고, 세계로 뻗어가는 대한민국 콘텐츠 국가 대표가 탄생할 수 있도록 글로벌 수준의 규제 완화와 인식 전환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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