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때 서로 말 하면서 팀워크 높이고 북한 선수 생일 파티, 가족 처럼 축하도 30세 머리 총감독, 49세 北감독 호흡 잘 맞아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환영 꽃다발을 주고 받을 때에도, 지난 25일 점심, 첫 식사를 함께 할 때에도 서먹했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우정이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25일 저녁, 두번째 식사를 하면서 부터 말을 섞기 시작하더니 오후 8시에 진행된 오리엔테이션 부터 같은 팀원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새러 머리(30ㆍ캐나다 국적) 총감독이 오리엔테이션 일성으로, ‘스킨십’을 강조한 것도 서먹했던 분위기를 빠르게 일소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지난 28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생일을 맞이한 북측 선수들을 축하해주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연합뉴스]
지난 28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생일을 맞이한 북측 선수들을 축하해주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연합뉴스]

남북 별도 개별훈련을 거친 뒤, 합동훈련 둘쨋날인 29일에는 북한의 진옥(28)의 생일파티가 벌어지고, 남북선수들이 모두 축하해주는 모습은 오래 한솥밥을 먹은 한 팀의 분위기, 가족과도 같았다. 진옥은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 대회 남북전에서 베스트 플레이어로 꼽힌 북한의 주장이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남북 선수들이 생크림 케이크에 촛불을 붙인 뒤 둥글게 서서 진옥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고, 진옥은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표했다.<사진>

이들이 한데 어울려 찍은 사진은 마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남한과 북한의 체조 선수인 이은주와 홍은정이 함께 찍은 셀카를 연상케 한다. 당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이은주-홍은정의 사진을 두고 “위대한 몸짓”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COR)의 화합 분위기는 합동훈련을 거듭할수록 더욱 영글어갔다.

지난 25일 진천선수촌에 합류한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단은 선수 12명, 감독1명, 보조인력 2명 등 총 15명이다. 북한 선수 12명은 우리 선수 23명과 합쳐 총 35명으로 남북 단일팀을 구성했다.

28일에 시작해 30일로 사흘째를 맞은 합동훈련은 A팀과 B팀으로 나뉘어 오전에 30분씩 손발을 맞추고, 오후에는 미니 게임을 치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간간히 개별지도, 기술지도 등이 이어졌고, 30일엔 전술 공유작업도 본격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연장전을 대비한 3대 3, 슛아웃(승부치기)까지 진행됐다.

엔트리 20명을 4~5개 라인으로 재편해 골리(골키퍼)를 제외하곤 라인을 모조리 교체하는 방식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북한쪽에 아예 한개 라인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새러머리 감독은 단일팀 의미에 부합되도록 각 라인에 북한 선수 1명을 투입하는 방식을 적극 검토중이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이 서로 섞이다 보니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고 서로 소통을 하면서 점점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박철호(49) 감독은 단일팀에서는 수석코치격이다. 머리 감독의 삼촌뻘이지만 지침을 잘 따르고 있으며, 정중하면서도 신중하게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훈련과정에서 남측 김도윤 코치가 북한 선수들을 불러 개별 지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불협화음 우려는 하루가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는 후문이다.

머리 감독이 영어로 전술을 설명하면 김도윤 코치가 이를 우리말로 풀어서 전달했고, 북한 선수들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를 보이자 박철호 감독이 직접 스틱을 잡고 시범을 보이며 “이렇게 하라는 거야”라며 몸으로 보여줬다고 한다.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가 생각보다 높은 것 같다”면서 칭찬도 해줬다고 한다.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한라그룹 회장)은 “남북 선수들의 라커를 섞어 배치했으며, 이는 머리 총감독의 아이디어였다”고 소개했다. 모든 면에서 남북의 화학적 결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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