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회의·내부작업 이어져 출연금·협력사업비 등 저울질 입찰공고 수개월 지연 가능성 일부선 “시금고은행 유지 의도” 서울시의 예산 ‘금고지기’ 선정이 다소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2019~2022년 시금고를 운영할 은행 선정 입찰 공고가 몇개월 더 늦어질 수 있다”고 17일 밝혔다. 이달 중 예정된 일정이 갑자기 흐릿해진 것이다. 이는 원하는 결과를 끌어오기 위한 시의 시간벌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본지 1월 3일자 12면 참조>
시금고은행이 되면 4년 동안 시 예산ㆍ기금을 관리할 수 있다. 시의 올 한 해 예산은 31조8000억원이다. 안정적인 수익기반 확보, 산하ㆍ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 형성 등 이점이 커 은행들은 공고가 뜰 때마다 사활을 거는 상황이다. 시는 지난 2014년에는 1월 29일에 입찰공고를 낸 바 있다.
현재 시는 회의와 내부작업 등이 이어지고 있어 입찰 공고와 설명회 등 일정을 이달 중 소화하는 게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늦으면 당초 은행이 결정될 시기로 예고됐던 오는 3월 이후에야 선정 작업 첫 발을 딛을 것이라는 말도 돈다. 오랜 기간 시 금고를 맡길 은행을 뽑는 일인만큼 신중을 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업계가 보는 시선은 다르다. 늦어지는 일정에는 서울시의 의도가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다수의 은행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시가 일정을 미룬 뒤 우리은행으로 시금고은행을 유지할 방안 찾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915년부터 100년 이상 시금고은행을 독점했다. 앞선 80년 가량을 수의계약으로, 외환위기 이후 바뀐 공개경쟁체제에도 열쇠를 놓지 않은 채 수익을 챙겨오고 있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두 기관이 지난 100년 이상 함께 지낸 상황에서, 서울시가 가급적 우리은행과 (같이) 가고 싶어한다는 건 업계 안에서는 모두 아는 사실”이라며 “생각보다 보는 눈이 많고 벌써부터 경쟁 조짐이 일어 상황을 더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복수은행을 시금고은행으로 두길 권장하는 정부 눈초리를 피할 대책을 강구 중이라는 말도 있다.
또 선거를 앞두고 선정된 은행이 지역사업에 내는 출연금과 협력사업비도 저울질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참고로 지난 4년간 우리은행이 시금고를 맡으며 서울시에 낸 출연금은 연 1400억 원가량 된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적어도 2000억 원은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2년 지방자치단체 시금고를 기존 한 곳에서 최대 4곳까지 선정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서울시의회는 시와 함께 금고 운영 개선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구성, 2013년 4월 관련 조례를 개정해 복수금고 도입 길을 터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 다음해 열린 공개입찰에서 시는 또 우리은행 한 곳만 시금고로 지정했다.
현재 서울시를 뺀 16곳 광역 지방자치단체들은 일반회계를 맡는 1금고와 특별회계ㆍ기금을 담당하는 2금고로 나눠 자금을 관리한다. 부산시는 부산은행과 국민은행, 농협은행 등 3곳 은행이 나눠 시금고를 맡고 있다.
또 다른 은행업계 관계자는 “금고지기가 한 곳이면 해킹, 전산장애 등 위험에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는데 서울시가 왜 한 은행만 유지하는지는 알 수 없다”며 “의혹을 벗기 위해서는 이번에는 2금고를 지정하는 등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를 두고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지난 1988년 시금고 수납시스템을 전산화한 후 29년간 운용 안정성을 이어왔다"며 "영업점과 자동화코너 수도 서울시내 최다 수준으로, 시민에게 도움을 주고자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원율 기자/y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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