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영업이익 50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총수 부재’로 인한 불안감은 더욱 깊어진 분위기다. 이건희 회장이 오랜 와병으로 자리를 비우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은 장기간 구속수감되면서 미래 전략 공백에 대한 우려감은 어느때보다 높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결코 좋아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4분기 및 지난해 전체 잠정실적이 발표된 9일, 이건희 회장은 병상에서 일흔 여섯 번째 생일 맞았다. 이 회장이 와병 중에 맞은 네 번째 생일인 이날은 삼성전자의 최대 연례행사 가운데 하나인 가전전시회 ‘CES 2018’ 개막일이기도 하다.
와병 중인 이 회장을 대신해 실질적으로 삼성전자를 이끌던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도 장기화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작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수감중이다.
사상 초유의 오너 공백 상태로 삼성은 ‘시계 제로’ 상태다. 투자 및 사업 전반의 방향을 잡아줄 총수의 부재로 인해 대규모 투자나 신사업 진출 발표 소식은 자취를 감췄다. 오너 공백 속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정작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장기 전략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는 오늘날 삼성전자의 호실적의 배경에는 40년 앞을 내다본 오너의 선제적인 투자가 있었음을 주목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1974년 반도체 자급에 대한 의지를 바탕으로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 회장이 주도한 반도체 드라이브는 오늘날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선제적 투자가 곧 ‘기업의 미래’라는 방증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오너의 역할은 기업의 미래를 고민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시장을 준비하는 것이다. 오늘날 실적이 좋은 것은 그에 앞서 오너의 정확한 판단과 투자가 선행됐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 부재는 곧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오너의 대내외 활동 부재로 해외사업 진출과 확대를 위해 오랜 시간 다져 온 ‘글로벌 네트워크’가 하나둘씩 끊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Boao Forum)’의 상임이사직에서 오는 4월 물러날 예정이다. 수감이 장기화되면서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부회장은 2013년 이사직을 맡은 후 5년 임기를 수행 중이다. 지난해 이탈리아 자동차업체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지주회사인 ‘엑소르’의 사외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가 해외에서 주요 인사들을 만나고 네트워크를 쌓는 것은 해외사업 진출의 터를 닦는 것”이라며 “향후 오너가 복귀하더라도 그간 다져온 해외 네트워크가 그대로 유지될지는 낙관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손미정 기자/bal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