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납된 국정원 돈 용처 규명에 檢 수사력 집중 -국회, 선거자금ㆍ朴 옷값ㆍ시술비 의혹 쏟아져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안봉근,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에 이어 조윤선,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비서관까지 ‘국가정보원 뇌물 상납’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국정원을 둘러싼 파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박근혜 정부를 겨냥했던 검찰 수사가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의혹을 거쳐 1년 만에 ‘뇌물 스캔들’로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문고리 권력’으로 불렸던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은 전날 체포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국정원 측 특수활동비를 정기적으로 상납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검찰 수사는 국정원 돈이 두 전직 비서관을 거쳐 어디로 최종 흘러 들어갔는지 구체적인 용처를 밝히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2013년 8월 5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국조특위 기관보고. 왼쪽부터 이헌수 전 기조실장, 남재준 전 원장, 한기범 1차장, 서천호 2차장, 김규석 3차장. 이헌수 전 실장과 서천호 전 2차장은 각각 보수단체 자금 불법 지원과 수사방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사진=헤럴드경제DB]
2013년 8월 5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국조특위 기관보고. 왼쪽부터 이헌수 전 기조실장, 남재준 전 원장, 한기범 1차장, 서천호 2차장, 김규석 3차장. 이헌수 전 실장과 서천호 전 2차장은 각각 보수단체 자금 불법 지원과 수사방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사진=헤럴드경제DB]

박근혜 정부 내내 국정원 예산을 총괄했던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의 진술에 따르면 2013~2015년엔 안 전 비서관에게 돈을 상납했으나 2015년 이후 대상을 바꿔 이 전 비서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비서관은 2015년까지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앞서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제2부속실은 일명 ‘보안손님’이라 불리는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의 청와대 출입을 관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2부속실에서 근무했던 윤전추, 이영선 전 행정관은 탄핵심판 때 “박 전 대통령의 의상을 찾으러 신사동 의상실에 갔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문을 겪은 청와대는 2015년 1월 제2부속실을 폐지했고, 안 전 비서관은 제2부속비서관에서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직책을 바꿔 달았다. 때문에 국정원이 2015년까지 안 전 비서관에게 상납한 돈이 당시 제2부속실 업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전날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옷값, 성형 시술비 등을 누가 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청와대에 상납된 돈의) 용처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정원 돈이 박 전 대통령의 개인 용도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외에도 국회 법사위 위원들은 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나 불법 선거자금, 친박계 정치인들의 정치자금 가능성을 제기하며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강도 높은 수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아직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간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7월 13일 현기환 당시 신임 정무수석 비서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현기환 전 정무수석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매달 5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헤럴드경제DB]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7월 13일 현기환 당시 신임 정무수석 비서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현기환 전 정무수석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매달 5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헤럴드경제DB]

아울러 조윤선, 현기환 전 정무수석까지 국정원으로부터 매달 5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당시 이들의 상관이었던 김기춘,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검찰 안팎에선 이병기 전 비서실장이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국정원장을 하다가 청와대에 입성한 만큼 국정원과 청와대 사이의 상납 관행을 알고 있었거나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전 비서실장은 전날 검찰 압수수색을 받아 조만간 소환이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