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삼성전자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매년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방침 아래 향후 3년간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추진한다.
이를 두고 외국인투자자의 공격에 대한 경영권 방어 측면도 있다는 해석과 함께 장기적인 투자 여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배당 규모를 지난해 4조원 대비 20% 상향한 4조80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배당 규모를 올해 대비 100% 확대해 9조6000억원으로 늘리고, 2019년과 2020년에도 2018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할 예정이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배당규모는 약 29조원에 이른다.
배당을 집행한 후 잔여 재원이 발생하면 추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환원할 방침이다. 우선 내년 1월 말까지 자사주 매입에 1조9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3년간 잉여현금흐름의 최소 5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현재 실적을 유지할 경우 매년 배당과 자사주 매입 규모가 20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올해 당기순이익은 작년의 두 배 수준인 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가가 2015년초 대비 두 배 이상 오른 상황에서 주주환원정책의 중심을 배당에 두는 것이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효과적이라 판단했다“며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인한 주주환원 재원 감소를 방지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프리캐시플로(FCF)를 계산할 때 M&A를 차감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간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금액은 급증해 왔다. 2013년 2조1570억원 배당에서 지난해 3조9919억원을 현금 배당하고 7조1393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했다.
이같은 주주환원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외국인 투자자다. 이들은 삼성전자 지분 53.4%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 9.65%를 가진 국민연금은 올해 최소 4000억원이 넘는 현금 배당을 받을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쏟아붓는 것은 경영권 방어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은 보통주 기준 20%다.
외국인 투자자 등 일부가 경영권을 위협하면 방어가 힘겨울 수도 있다. 작년 10월 미국계 헤지 펀드 엘리엇이 해외 투자자들을 등에 업고 나스닥 상장과 특별 배당 실시 등을 요구하자, 삼성 측이 급하게 타협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당시 삼성은 전체 수익에서 투자와 비용 등을 제외한 잉여 현금의 50%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며 ”외국 투자자들은 이런 국내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 배당과 자사주 매입 확대가 자칫 장기적인 투자 여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고(故) 이병철 창업 회장 때부터 주주 배당보다는 이익의 대부분을 재투자하면서 성장해왔다. 후발 주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과감한 선행 투자에 나선 결과 TV와 반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이후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신사업을 발굴하고 대형 인수·합병에 나서야하는 시점에서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