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재硏, 파지릭고분 발굴조사 공개 소형 고분서 키 165~170cm 男미라 발견 실크로드 상인, 진한시대 이주민 추정 -미라옷 이달내 국내 반입…추가 보존처리 DNA 등 유전학적 정보·식생활 분석키로
1993년 몽골 알타이 일대에서 일명 ‘얼음공주’로 불리는 기원전 5세기의 여자 사제의 미라가 러시아 당국에 의해 발굴된데 이어, 이번엔 우리 연구진에 의해 실크로드를 오가던 동방의 상인으로 추정되는 남성미라가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최맹식)는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몽골과학아카데미 역사학고고학연구소(소장 S.촐로온)와 공동으로 몽골 알타이 산악 지역의 시베트 하이르한(Shiveet Khairhan) 유적에서 파지릭 고분 발굴조사를 진행하였다.
파지릭 고분은 기원전 5∼3세기 무렵, 몽골과 러시아 알타이 산악 지역에 분포하였던 스키토-시베리아(초기철기시대) 유목 문화기에 만들어진, 돌 무덤이다.
이번 발굴조사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지난 2015년부터 진행한 중앙아시아 지역 내 적석계 무덤의 조사연구 중에서도 몽골 알타이 산악 지역 파지릭 고분군과 국내 적석계 무덤과의 관련성을 검토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에 이은 2차 연도 조사다. 이번에는 파지릭 고분 2기(기원전 5~3세기)와 기원 전후 시기의 소형 고분 3기에 대한 정밀 발굴조사를 시행하였으며, 그 중 남성 미라는 2017-4호 소형 고분에서 나왔다.
확인된 남성 미라는 신장 165~170㎝의 크기로 반듯이 누운 자세였으며, 몸통 피부조직 일부와 상의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였다. 연대측정 결과 기원 후 1세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미라의 옷은 중국 중원 지역에서 유행하였던 복식으로 확인했다. 이 일대가 동서 문화 교류의 요충지였던 점으로 미뤄 실크로드를 오가던 상인이거나 진-한 교체시기의 주민 이주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정밀 분석을 진행중이다.
미라가 입은 옷은 견직물로 제작된 우임(右) 형식의 직령포(直領袍)로 하반신의 옷은 삭아 없어진 상태였다. 우임(右)은 옷깃을 오른쪽을 향해 여며 입는 것으로, 고대 북방 이민족은 좌임(左), 중국 한족은 우임(右) 방식으로 입었다. 직령포(直領袍)는 두루마기와 같이, 곧은 깃이 달린 겉옷이다.
수습된 옷은 몽골과학아카데미 역사학고고학연구소에 보관하고 있으며, 10월 중으로 국내로 들여와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서 추가 보존처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DNA 분석과 안정동위원소(安定同位元素) 분석 등을 통해 이 남성의 유전학적 정보와 식생활 등도 확인할 예정이다.
이 밖에 돌을 양쪽으로 덧대어 쌓아 타원형 봉분으로 만든 파지릭 고분이 확인되었는데, 이와 같은 축조방법은 알타이에서 처음 확인된 것이다. 고분 내에서는 주인공과 함께 순장된 말의 뼈, 재갈 등의 마구, 파지릭 시기 토기 조각, 금박장식 등도 같이 확인되었다.
함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