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글리아티린 대조약 ‘종근당 글리아티린’으로 결정 -대웅 “종근당 글리아티린은 원개발사 원료만 변경한 제네릭” -글리아티린 판권, 대웅에서 종근당으로 넘어가면서 갈등 시작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대웅제약과 종근당이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 때문에 갈등을 빚고 있다. 글리아티린 논쟁은 두 제약사 간 자존심 싸움을 넘어 제약업계에 올바른 대조약 선정이라는 과제도 던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리아티린(성분 콜린알포세레이트)은 이탈리아 제약사 이탈파마코가 개발한 약물로 지난 2000년부터 대웅제약이 국내 라이선스를 갖고 15년동안 판매를 담당해왔다. 그러다 지난 해 1월 이탈파마코와 대웅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이탈파마코는 새로운 국내 파트너로 종근당을 선정했다.

이 당시 대웅은 글리아티린 판권이 종근당으로 넘어간 것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15년 동안 글리아티린은 매년 6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대웅 살림에 상당한 기여를 한 효자 품목이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글리아티린 판권이 종근당으로 넘어간 뒤 몇 개월이 지난 5월 글리아티린 대조약 변경공고를 통해 종근당 글리아티린을 대조약으로 선정했다. 대조약은 기업 또는 연구자가 개발하려는 의약품의 비교 대상이 되는 의약품을 말한다. 제네릭 허가를 받기 위해선 식약처가 지정한 대조약과 비교해 흡수 속도, 흡수율 등이 동등하다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거쳐야 제네릭 자격이 주어진다. 주로 오리지널 의약품이 대조약으로 지정된다.

하지만 종근당 글리아티린이 대조약으로 지정되자 대웅은 반발했다. 대웅은 종근당 글리아티린의 대조약 선정이 법적 요건과 절차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행정심판 소송을 제기했다. 행정심판원은 대웅의 주장을 받아들여 식약처의 대조약 변경공고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종근당 역시 행정심판원에 ‘식약처 대조약 변경공고 재결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최근 식약처가 종근당 글리아티린 등 20여개 품목을 대조약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대조약 선정 및 변경공고’를 하면서 종근당 글리아티린은 7개월만에 대조약 지위를 회복했다. 또한 식약처는 이미 지난 해 3월 허가 취소된 대웅제약 글리아티린은 대조약 목록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종근당 글리아티린이 원개발사의 품목이라고 판단했다. 식약처는 “원개발사인 이탈파마코와 종근당의 계약관계를 보면 종근당이 원개발사의 안전성과 유효성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런 식약처 결정이 나오자 대웅제약은 ‘식약처는 특정 제약사를 위해 고시까지 개정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웅에 따르면 종근당 글리아티린은 제네릭 의약품인 ’알포코‘에서 원개발사 원료만 변경한 제네릭인데 이를 대조약으로 지정한 것은 대조약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대웅은 ”단순히 원개발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원료를 공급받는 것을 제외하면 종근당 글리아티린은 다른 제네릭과 차이가 없다“며 ”잘못된 대조약 선정 기준의 재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종근당으로 판권을 넘긴 후 대웅은 ’글리아타민‘이라는 제네릭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원개발사 이탈파마코는 대웅 ‘글리아타민’이 ‘글리아티린’과 제품명이 유사해 특허를 침해했다며 특허법원에 상표 무효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이에 대웅은 ”’글리아‘는 신경세포를 뜻하는 의학용어로 식별 판단 대상이 아니다“며 상고 뜻을 밝혔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 해는 보톡스 균주 논란으로 대웅과 메디톡스가 감정 싸움을 벌이더니 이번에는 글리아티린으로 대웅과 종근당이 갈등을 빚고 있다“며 ”안 그래도 최근 제약업계 CEO들이 물의를 일으키며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업계 내 싸움까지 벌어지고 있어 제약산업 전반에 좋은 않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 빨리 해결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