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으로 빌린 돈 잃자 채권자 ‘청부살해’ 지시 -경찰, 4년 동안 끈질긴 추적 끝 교사범 구속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지난 2014년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한국인 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한 사건의 의뢰인이 4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필리핀 현지 청부살인업자를 고용해 살해를 지시한 한국인을 구속하고 현지 청부업자를 쫓고 있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필리핀 관광객 살인사건의 전모를 4년 만에 밝혀내 청부살인을 지시한 신모(40) 씨를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신 씨는 지난 2012년 피해자 허모(64) 씨로부터 카지노 사업을 위해 5억원을 빌렸다. 그러나 사업을 전제로 받은 돈을 도박으로 모두 탕진하면서 빌린 돈을 갚을 길이 없자 신 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허 씨를 살해하고자 마음먹었다.
신 씨는 현지 운전기사에게 소개받은 살인기획자에게 750만원 가량의 돈을 주며 “강도로 위장해 피해자를 죽여달라”고 부탁했고, 현지 기획자는 다시 킬러와 운전수를 고용해 살인에 나섰다. 신 씨는 살인을 위해 피해자를 필리핀으로 초청해 저녁 식사까지 접대하며 환심을 샀고, 결국 돌아가는 길에 허 씨는 괴한이 쏜 권총 6발에 숨졌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직후 수사팀을 현지로 파견해 현지 경찰의 초기 수사 자료를 확보했다.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신 씨가 5억원 상당의 채무가 있는데다 갑작스레 피해자를 초청했던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은 신 씨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계속했다.
현지 운전사의 진술까지 확보했지만, 신가 계속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자 경찰은 피해자 살해에 사용된 총기를 빌려준 현지인을 직접 조사한 끝에 청부살인의 전말을 파악할 수 있었다. 결국, 4년에 걸쳐 17명의 수사관이 매달린 끝에 신 씨도 모든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
경찰 조사 결과 신 씨는 사건이 있기 직전인 지난 2014년 1월에도 킬러를 고용해 허 씨를 살해하려 했지만, 현지 킬러의 미숙함 때문에 실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사망 전날에도 신 씨는 허 씨를 살해하려 했지만, 현지 킬러가 약속 장소에 늦게 도착하며 암살에는 실패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청부살인의 경우 한국 수사기관이 청부업자를 검거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여러 증거를 수집해 정범 없이 교사 사실을 입증, 구속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아직 잡히지 않은 현지 청부업자 검거를 위해 필리핀 사법기관에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