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살충제 계란 파동을 계기로 부처별로 제각각인 정부의 ‘칸막이 규제’가 또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이번에도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마찬가지로 부처별로 유해화학물질을 따로 규제하다보니 혼선과 엇박자를 내고 결국 국민의 안전먹거리가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태가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이런 혼란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되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 문제가 불거진 지난 10일 “국내에선 피프로닐이 검출되지 않았으니 안심해도 좋다”고 발표했다. 당시는 농식품부가 국내 산란계 농장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중이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흘 만에 농식품부는 피프로닐을 확인하고 계란 출하를 금지시켰다. 농식품부는 17일 식약처가 유통단계에서 발견한 두곳을 뺀채 농장 29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한후 한 시간 만에 31곳으로 바로잡기도 했다. 계란 생산관련 업무는 농식품부가, 유통관리는 식약처가 담당하다보니 농장에 있는 계란은 농식품부가, 시중에 유통된 계란은 식약처가 따로 검사해놓고 취합이 제때 안 됐던 것이다.
이같은 부처 간 칸막이 규제로 인한 문제점은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와 똑닮았다. 당시에도 안전성에 대한 인허가는 환경부, 살균제를 활용한 제품에 대한 안전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각각 따로 담당했다. 그런 상황에서 카펫 세척용으로 개발된 살균제가 가습기 살균제로 용도가 바뀌었지만, 환경부도 산업부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고 도리어 사고이후 책임을 서로 미루기 바빴다.
유해화학물질인 살생물제 관리의 경우 현재 살충제ㆍ농약은 농식품부가, 살균제ㆍ살충제는 복지부ㆍ식약처, 소독제는 환경부, 방오제는 해양수산부, 습기제거제는 산업부 등 6개 부처에 흩어져 있어 컨트롤타워 전면 재정비가 시급하다.
유럽연합(EU)에서는 일짜감치 1998년 ‘살생물제 관리지침’을 만들어 통합 관리를 해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살생물제 관련법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부처 간 이해 관계가 달라 성사되지 않고 있다. 살생물제를 여러 부처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사고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관리 기준도 통일되지 않아 안전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오는 2019년 살생물제 관리법이 시행할 예정이지만 문제는 환경부 등 특정부처를 뛰어넘어 총괄하는 콘트롤타워가 없는 지금과 같은 구조에선 부처별 칸막이 규제로 유해화학물질 관리에 구멍이 여전하고 살충제 계란 파동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나 일본 소비자청과 같이 제품 안전을 총괄하는 단일 부처가 살생물제 관련 정보 등을 수집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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