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국내 정보통신(IT) 중소기업의 활동 보폭도 넓어지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설립·운영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혀 새로운 ‘한국형 화폐’를 출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투자를 넘어 금융시장 혁신 차원에서라도 가상화폐 수요는 향후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자신감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투자과열로 인한 피해자 발생 ▷범죄수단으로의 악용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규제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형 가상화폐 출시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5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글로벌 ‘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에 나선 블록체인 OS가 대표적이다. ICO는 새 가상화폐를 만든 기업이 자사의 암호화 기술 등을 투자자에게 공개해 투자금을 모으는 방법이다. 블록체인 OS는 당시 한국형 가상화폐 ‘보스코인(BOScoin)’을 공개 한지 단 9분 만에 157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이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10개의 가상화폐 ICO 중 가장 빠른 속도”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블록체인 OS는 이어 현재 1000여개에 달하는 블록체인(모든 가상화폐 거래 내역이 분산저장된 공개 장부) 및 가상화폐를 하나로 연결하는 ‘코스모스 프로젝트’에도 참가, 거대한 가상화폐 생태계에 성공적으로 발을 들였다.
블록체인 전문기업 글로스퍼 역시 ‘인피니티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이더리움을 잇는 제3세대 가상화폐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게 글로스퍼의 포부다. 글로스퍼는 특히 최근 공개한 ‘다중 블록체인 오픈소스 플랫폼’ 팩커스(Packuth)를 기반으로 제도권 통화를 지향한다는 방침이다.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 겸 기술최고경영자(CTO)는 “참여자가 제한되는 기존 가상화폐와는 달리 시장 친화적인 새 가상화폐를 만들 것”이라며 내년 5월 거래소 상장을 목표로 ICO 프로젝트를 진행, 3년 내에 전세계 사용자 2억명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한국형 가상화폐 발행에 속속 나서는 것은 관련 시장의 성장 속도가 무척 빠르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에서도 자국형 가상화폐 붐이 빠르게 일고 있다. 중국 정부지원 연구기관인 국가인터넷 금융안전기술 전문가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새로 나온 현지 가상화폐는 65종에 달한다. 투자자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총 26억위안(약 4300억원)어치의 중국형 가상화폐를 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역시 ICO를 통해 투자자 자금을 조달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ICO로 조달된 자금은 세계적으로 13억달러(약 1조 4600억원)에 이른다(오토노머스 리서치).
문제는 무분별한 투자와 급격한 가치 등락으로 큰 손해를 입는 사람이나, 범죄수단으로 가상화폐를 악용하는 사례가 동시에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지난 31일 정치권에서는 가상화폐의 거래, 매매, 중개 등 관련 영업활동을 할 때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가상화폐 매매, 발행 등을 하려면 최소 5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춰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고, 의무적으로 피해보상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도 가상통화를 이용한 ICO에 대해 증권법을 적용하기로 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다만 가상화폐를 통해 낮은 수수료로 실시간 해외송금을 할 수 있게 되는 등 ‘금융혁신’의 요소가 있기에 건전하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