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문호 발자크의 대표작인 소설 ‘고리오 영감’에서 고리오 영감의 두 딸 중 한 명은 귀족과, 또 한 명은 은행가와 결혼한다. 1820년대 출세를 꿈꾸며 시골에서 파리로 온 청년 법학도 라스티냐크는 두 딸 중 은행가와 결혼한 여인을 자신의 후원인으로 선택한다. 곧 다가올 시대가 ‘귀족의 시대’ ‘토지의 시대’가 아닌 ‘은행의 시대’ ‘금융의 시대’가 되리라는 발자크의 예언이었다.

그 100년 후인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등장인물 닉 캐러웨이는 뉴욕으로 와 주식과 채권 투자 기술을 배운다.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미국의 금융자본주의가 ‘잔치’를 시작하던 무렵이다.

위대한 작가들이 그려낸 ‘금융의 초상’은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여전히 약탈적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있었다. ‘고리오 영감’에서 청년 법학도의 선택은 양심과 야망을 맞바꾼 결과였고, ‘위대한 개츠비’의 닉 캐러웨이는 개츠비의 비극을 지켜봐야 했다. 스탕달의 소설 ‘달과 6펜스’에서 화가가 되기 전 주식중개인이었던 주인공의 삶은 활력없는 것이었고, 허먼 멜빌의 작품 ‘바틀비’에서 필경사바틀비를 고용한 월스트리트의 법률사무소는 ‘인간 소외’의 상징이었다. 이 소설 원제의 부제는 ‘월스트리트의 이야기’이고 법률사무소는 부자들의 자산 관리를 대리하던 곳이다. 여성주의를 대표하는 소설 인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에서 사건은 빚을 얻는 것으로 시작되고, 남편이 은행장이 된 후 부인 노라가 가출하는 것으로 끝난다.

최근 은행들이 속속 발표한 기록적인 상반기 실적은 발자크의 전망대로 ‘은행의 시대’라는 점을 여실히 증명했다. 뒷말도 무성하다. 핵심은 예금은 싸게 받고, 대출에는 비싼 이자를 붙여 실적 잔치를 벌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나머지 부분)을 나타내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시중은행 모두 상승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4분기 1.61%에서 올 2분기 1.72%로 0.11% 포인트 개선됐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49%→1.56%로 0.07% 포인트 올랐다. 우리은행은 0.08% 포인트, 하나은행은 0.10% 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부채의 확대와 더불어 이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100년, 200년전에 그려낸 부정적인 이미지의 ‘금융의 초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금융기관들이 대박실적에 따른 성과급 잔치를 하지 못하도록 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감독규정(9월 시행)을 금융당국이 마련한 것도 그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포용적 금융’과 ‘생산적 금융’을 강조했다. ‘포용적 금융’의 핵심은 서민ㆍ취약계층을 위한 정책금융이며, ‘생산적 금융’은 중소, 벤처 등 혁신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성장잠재력과 일자리 확대에 기여 하는 것이다. 빚에 묶인 서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집값에 묶인 부를 생산적인 부문으로 흐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생산적 금융’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최종구호(號)의 금융위가 서민과 기업에 활력을 주는 새로운 ‘초상’을 그려갈 수 있을까 주목된다. 거기에 문재인 정부의 성패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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