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자동차·철강 부문 일차 타깃 법률시장 개방도 폭풍 피하기 힘들듯
한국 대미무역흑자 올들어 31% 급감 민간 압력 빌미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한 트럼프 발(發) 보호무역주의 파고가 우리 경제를 점점 더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한미 FTA 관련 특별공동위원회 개최가 가시권에 들면서 여기서 논의될 쟁점들에 벌써부터 국제사회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거래하는 국가들로선 결코 남의 일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통상당국은 공동위에서 미국 측이 어떤 카드를 내밀지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대응 카드는 면밀히 준비하겠다는자세다.
▶한미 FTA 재협상 쟁점 사항은 어떤 것= 자동차와 철강 부문이 우선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불공정 무역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한 때문이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은 환경 규제 등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부와 업계는 한미 FTA 발효 후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입 증가율(37.1%)은 한국 자동차의 미국 수출 증가율(12.4%)보다 3배 가까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 자동차에 대한 한국의 비관세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주장이다.
또 미국은 한국산 철강제품의 덤핑과 한국을 통한 중국산 철강의 우회덤핑도 큰 문제로 제기할 전망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정부에서 일하기 전 철강 덤핑 전문 변호사로 일한 경력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법률시장 개방 역시 미국이 계속 불만을 제기해온 대표적 사안이다. 한미 FTA에 따라 한국 법률시장은 이미 개방된 상태지만, 지난해 2월 개정된 외국법자문사법이 합작 법인에 참여하는 외국 로펌의 지분과 의결권을 49%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쌀 시장 개방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쇠고기 수입 확대에 대한 압력도 거세질 전망이다.
▶대미 무역흑자 규모 급감 현실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눈치보기 속에 올해 들어 한국의 대 미 무역흑자 규모가 31% 급감했다. 한국은 미국을 상대로 무역흑자를 내는 상위 10개국 가운데 가장 큰 흑자 감소 폭을 보였다.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의 대미 상품수지 무역흑자는 78억9200만 달러, 한화로 8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4억2000만 달러)보다 약 30.9%(약 35억2800만 달러) 감소했다. 한국은 미국을 상대로 무역흑자를 내는 상위 10개국 가운데 가장 큰 흑자 감소 폭을 보였다.
한국은 78억9200만 달러의 흑자를 내 9위에 그쳤고, 인도(74억5000만 달러)가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 같은 기간 순위표와 비교해보면 한국의 순위가 5위에서 4계단 떨어진 셈이다.
▶10월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여전=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지만, 모호한 지정기준을 갖고 있어 오는 10월 지정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국제수지 균형조정을 위한 협상을 개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협상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한미 FTA 재협상이나 원화 강세 유도 압력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미국은 한국을 1988년 10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1년 반 동안 유지한 바 있다. 미국 재무부는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이고, 경상수지 흑자가 해당국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이면서,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한 방향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반복적으로 단행하는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장은 “그동안의 강경 무역정책 기조와 과거 선례를 감안할 때 민간 압력을 이유로 지정을 추진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향후 중국, 독일, 일본, 대만, 스위스 등 다른 경상수지 흑자국들과 긴밀한 공조를 통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경상수지 흑자국들의 환율조작보다는 미국의 경제구조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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