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등급 의무공개 3년 인증서 양식 본떠 축소 고지 법규상 글자크기 제한 없어
아파트 층간소음 분쟁이 잇따르자 분양 공고에 층간소음 등급을 의무공개하는 제도가 3년 전 도입됐다. 하지만, 여전히 이를 제대로 공개하는 분양 사업장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사들이 의무 공개 대상이 아니라며 피하거나, 글자를 전혀 알아볼 수 없는 방식으로 표기해 시늉만 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2014년 6월 주택법과 관련 법령을 개정, 1000세대 이상 아파트 분양 시 입주자 모집 공고에 층간소음등급을 공개하도록 했다. 당시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보복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등 사회문제가 심각해지자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자는 차원에서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이에 분양 사업자는 소음 관련 등급, 일조량ㆍ공기질ㆍ에너지 절약 등 환경 관련 등급, 커뮤니티 시설ㆍ방범 안전 등 생활환경 등급, 화재ㆍ소방 관련 등급 등 54개 항목에 대한 평가 등급이 기재된 공동주택성능등급 인증서를 분양 공고에 실어야 한다. 공개하지 않거나 허위 사실을 공개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그러나 법 시행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상당수 아파트들은 이러한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법 시행 시점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경우 공개하지 않아도 되도록 단서 조항 때문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공인기관에서 관련 등급을 받아놓고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가령 얼마 전 서울 강동구에 분양한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는 경량충격음(가볍고 딱딱한 충격에 의한 바닥충격음) 1등급, 중량충격음(무겁고 부드러운 충격에 의한 바닥충격음) 3등급을 받아놓고도 공고에는 싣지 않았다.
공개를 하는 경우도 문제다. 법에서 정해놓은 인증서 양식을 그대로 이미지 파일로 본뜬 뒤 분양 공고문에 축소해 붙여놓은 탓에, 인증서가 있다는 것은 확인이 되지만 그 내용은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홈플러스가 경품 응모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 수 있다는 고지를 1㎜ 크기 글씨로 적시해 비난을 샀는데, 공동주택성능등급 인증서 글씨는 그보다 훨씬 작을 뿐만 아니라 아예 뭉개져 글자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대림산업이 지난달 경기도 의정부에 분양한 ‘e편한세상 추동공원 2차’나 포스코건설의 ‘서동탄역 더샵 파크시티’ 등 헤럴드경제가 확인한 대다수 분양공고가 같은 실정이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 공고문 형식에 맞추다보니 불가피하게 확인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견본주택에 방문하거나 문의하면 등급을 알려주기 때문에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문의하는 이들에게만 알려준다는 것은 ‘공고’라는 법의 취지와 어긋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1차적으로는 승인 권한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걸러지지 않은 것이 문제다”라며 “현행 법규에는 글자체 크기 등에 대한 제한은 없지만, 향후 실태를 파악해 주택법령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paq@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