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논란이 됐던 청와대 각종 문서의 인수인계 문제가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인수인계 문건이 전무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할 상황이다. 위법으로 보기 힘들다는 현 정부의 판단이 나오면서 반복되는 논란을 끝낼 수 있도록 차제에 관련 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발단은 현 청와대의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시작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 온라인 인수인계 시스템에 뭔가 저장돼 있어야 하는데 자료가 없다. 이 부서가 이런 일을 한다는 7~8쪽 짜리 업무문서 뿐”이라고 전했다.

▶위법은 아니라지만…=일단 청와대는 경위 파악에 나섰지만, 위법으로 보기 힘들다고 가닥을 잡았다. 문서를 고의로 파기한 정황 등이 나오지 않는 한 현행법상으론 걸리는 대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서를 어떻게 생산하고 보관해야 하는지만 명시돼 있고 인수인계 부분은 없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보이진 않는다”고 전했다.

현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11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 임기가 종료되기 전까지 대통령 기록물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도록 돼 있다. 대통령 기록물에는 청와대, 보좌ㆍ자문ㆍ경호 기관, 인수위 등의 자료가 모두 포함된다. 또, ‘공공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44조 등에는 ‘인수를 완료한 해당 전자기록물은 물리적으로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삭제 또는 파기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문서를 고의로 파기한 게 아니라 기록관으로 이관하고 그에 따라 청와대 내 문서를 삭제ㆍ파기했다면 법적 절차에 따른 셈이다.

다만 전 정부의 도의적 책임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차기 정부를 위해 당연히 해줘야 할 인수인계 작업을 사실상 안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정기록물 열람 요건 완화해야=이 같은 논란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불거졌다. 정권 초기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로부터,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로부터 인수인계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문제를 제기했었다. 기록을 고의로 삭제했다는 의혹도 매번 불거졌다. 같은 논란이 현 정부에서도 재차 반복되는 셈이다.

논란이 반복되는 건 현행 법 내에 청와대 문서의 인수인계의 범위나 방식 등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은 탓이다. 특히나 전 정부가 15~30년까지 공개할 수 없는 지정기록물로 자료를 대거 포함시키면 실질적 인수인계가 불가능하다.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는 ▷군사ㆍ외교ㆍ통일 비밀기록물 ▷대내외 경제정책이나 무역거래 및 재정 관련 기록물 ▷정무직공무원 인사 관련 기록물 ▷사생활 관련 기록물 ▷대통령과 보좌기관 간의 의사소통기록물 ▷대통령 정치적 견해나 입장 관련 기록물 등을 지정기록물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정기록물을 열람하려면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국회 의결 절차를 밟거나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하거나 ▷대통령 기록관 직원이 업무수행 상 대통령기록관장의 승인을 받는 경우에 한한다. 현 정부가 확인 가능한 방안은 국회 의결이나 혹은 고등법원장의 영장 발부인데, 명확한 혐의 없는 영장 발부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남은 건 국회 의결이다. 이 역시 인수인계 절차 등을 이유로 여소야대에서 3분위 2 이상의 동의를 얻어내기 힘들다.

결국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광범위하게 지정할 수 있는 지정기록물 범위를 세분화하고 법 안에 기록물의 인수인계 절차까지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지정기록물과 관련, 시민단체 등의 행정소송 및 헌법소원 등이 줄을 잇고 있어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