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미군, 한국 휴민트에 의존 -미8군 북파공작 부대 운용계획 공개 -한국 휴민트 정보 실효성에 회의 느꼈을 수도 -미군이 직접 운용하면 단독 판단 가능해…한국 배제 우려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지금까지 북파공작원 부대를 운용하지 않던 미국이 왜 이런 변화를 결심하게 됐을까. 주한미군 북파공작원 부대 편성의 의도와 관련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의문은 크게 북한에 대한 단순 경고성 메시지냐, 트럼프 정부의 대북 문제 돌파구냐, 한국 휴민트 정보력 약화에 따른 보완 차원이냐, 미군 자체 대북 정보력 강화를 통한 단독작전 능력 강화냐 등 4가지다.
먼저 극비 중 극비로 여겨지는 정보부대의 활동 계획이 공개된 배경에 물음표가 붙는다. 주한미군이 이런 사실을 의도적으로 알렸다면 그 속내는 실제 부대 운용보다는 대북 경고성 메시지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확인 결과 미국 측은 북파공작원 운용 사실을 공식 루트를 통해 밝혔다.
최근 주한미군 소속 미8군이 발간한 소식지 ‘록스테디(ROK Steady)’는 주한 미 501정보여단 예하 532정보대대가 2018 회계연도가 개시되는 오는 10월 524정보대대 창설 계획을 공개했다.
▶주한미군 북파공작원 부대 4가지 의도 가능성=미 측이 북파공작원 운용보다 관련 사실을 흘러 북한에게 위협하려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만약 이 목적이라면 실제 부대원 구성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후 주한미군이 북파공작원 부대를 본격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최근 북한 이슈로 계속 난처한 상황에 빠지면서 대북 정보 채널 강화를 위해 휴민트 부대 창설을 돌파구로 여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군사위성 등 최첨단 정보수집 수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국군 휴민트를 통한 고급 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북한의 가장 내밀한 정보인 수뇌부의 일거수일투족은 휴민트를 통하지 않고는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이 미국 첩보위성을 교묘하게 기만하고 지휘통신체계를 현대화하면서 시긴트와 테킨트 수집이 쉽지 않아진 것도 미국이 휴민트 부대 양성에 나선 배경으로 풀이된다. 주한미군 524정보대대는 한미연합사, 주한미군, 미8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휴민트 수집 및 방첩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지난 2008년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났을 무렵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양치질할 수 있는 정도로 회복됐다’는 정보는 한국이 북한 수뇌부 동향을 휴민트로 파악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미국과 일본 등 주변국은 한국의 이런 정보력 수준에 대해 경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한국군의 대북 휴민트 정보력이 상당히 약화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군이 직접 대북 휴민트 부활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주한미군이 최근 한국 휴민트 부대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되면서 자체적으로 휴민트 부대를 운용하기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운용하려는 대북 휴민트 부대는 대대급으로 규모가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美 대북 단독행동의 서막? =주한미군의 북파공작원 부대는 한국 측 휴민트보다 훨씬 다양한 범주에서 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 대표는 “미국이 휴민트를 운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며 “스웨덴 등 북한과 정식 외교관계를 맺은 나라들과 공조해 미국의 휴민트가 북한에 침투할 수 있고, 그외 한국인이나 재미교포 등을 활용한 방법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군 당국의 정보수집 수단은 크게 통신 감청을 통한 시긴트(SIGINT:통신 정보), 군사위성과 첨단 정찰기 등을 통한 테킨트(TECHINT: 기술 정보), 스파이나 정보원, 내부 협조자와 같은 사람을 통한 휴민트(HUINT: 인적 정보) 등 크게 3가지로 나눠진다.
지금까지 한국은 휴민트, 미국과 일본은 시긴트와 테킨트에 강점을 보여왔다.
주한미군이 한국 측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휴민트 부대를 직접 가동하게 되면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미군이 자체적인 휴민트 네트워크에 기반해 대북 정보 수집은 물론, 최종 판단까지 내리는 단계에 도달할 경우 미국의 대북 단독 작전 가능성이 높아진다.
앞서 지난 1994년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북한 영변 핵시설 폭격계획에 대해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반대해 결국 ‘없던 일’이 된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북한 핵능력 파악을 위해 한국의 휴민트가 대거 투입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평안북도 구성시 고성능폭탄 실험장, 영변 핵시설 인근 등의 흙을 직접 떠와 북한의 핵능력 파악에 결정적 기여를 한 휴민트 역시 한국군 정보부대원들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