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청와대 사드 보고 누락 관련 일단락 -靑 “위승호 국방정책실장 지시로 사드 4기 반입 문구 삭제” -‘호남 출신’ 위 중장 꼬리 자르기냐 논란 확산 -군 내부에선 “위 중장 육군참모총장 부적절” 기류도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국방부 내에서도 실세 중의 실세 보직으로 알려진 국방정책실장을 전보 조치하면서 대통령 사드 보고 누락 사건이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와 함께 국방부 고위급이 살아남기 위한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한 장관은 지난 5일 청와대의 진상 조사 결과 발표 직후 보고 누락의 당사자로 지목된 위승호 국방정책실장(육사 38기, 육군중장)을 육군 정책연구관으로 전보 조치했다. 육군 정책연구관은 전역을 앞둔 장성들이 잠시 머무르는 자리라는 점에서 위승호 정책실장의 조기 전역이 예상된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이 화를 면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대통령에 대한 국방부 장관의 항명 사태로 비화되면서 재빨리 그 아래 급에서 책임질 사람을 만든 게 아니냐는 것.
한 장관은 5일 위 중장을 전보 조치한 다음날인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는 장면으로 다시 한 번 화제에 올랐다.
위승호 중장이 맡은 국방정책실장직은 한미동맹, 사드 배치 등 국방부의 주요 사안을 총괄한다는 점에서 국방부의 핵심 보직으로 꼽힌다. 이런 점에서 국방부 장관의 오른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국방부 장관이 신뢰하고 총애하는 사람이 임명된다.
▶한 장관의 배려..그는 측근?=그런데 이 보직은 현역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맡도록 돼 있다. 따라서 국방정책실장으로 발령 난 고위급 군 인사는 불가피하게 전역한 뒤 민간인 신분으로 이 일을 맡아야 한다. 그런데 위 중장은 국방정책실장 직무대리라는 명목으로 현역군인 신분을 유지했다.
이런 배려에 대해 한 장관은 “4성 장군(대장)으로 나갈 수 있는 장군의 앞날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내부 일각에서는 한 장관의 이런 발언에 대해 위 중장이 일시적으로 정책실장을 역임한 뒤 대장으로 진급해 육군참모총장으로 갈 가능성을 암시한 거란 해석이 제기됐다.
한 장관이 이렇게 위 중장의 앞날을 각별히 살핀 배경에는 朴→ 文 정권교체기에 군 내부인사 대폭 물갈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직무대리가 아닌 정식 정책실장으로 임명해봐야 얼마가지 못할 게 분명하니 임시로 정책실장 지무대리를 맡겨 위 중장이 전역하지 않아도 되도록 배려한 모양새다.
여기까지 볼 때 위 중장은 한 장관이 아끼던 측근으로 보인다.
그런데 차기 정부에서 전도가 유망했던 위 중장이 이번 사드 보고 누락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한직으로 물러났다며 꼬리 자르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불거지는 논란..위 중장 꼬리 자르기?=위 중장이 현재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육사 36기)의 육사 2년 후배로 차기 육군참모총장을 맡을 순번이라는 점, 전남 장흥 출신인 위 중장이 지난 2005년 광주광역시 출신의 김장수 육군참모총장에 이어 12년만의 호남 출신 육군참모총장 후보라는 점 등이 작용했다. 전남 장흥은 임종석 현 청와대 비서실장의 고향이기도 하다.
전남 장흥에서 초중고교를 마친 위 중장은 육사 졸업 뒤 다양한 말단 부대 경험을 거쳐 중령 시절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 전략기획 담당관, 대북군사업무담당관을 지냈다. 또 대령 시절 합참 전략기획본부 군사전략과장, 준장으로 진급해서는 합참 전략기획차장, 소장 때는 신연합방위추진단장 등을 지냈다. 주로 서울에서 군생활을 했다.
2014년 10월 중장으로 진급했고, 국방대 총장을 역임하다 올해 1월 국방정책실장 직무대리를 맡았다.
그러나 이런 이력이 육군참모총장을 맡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군 내부에서 나온다.
군의 한 관계자는 “육군참모총장은 최전방에서 지휘관으로서 경력이 오래된 사람이 맡아야 한다”며 “위 중장은 지휘관으로서의 경험이 많지 않고, 주로 서울(국방부)에서 근무했다. 총장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이번 국면에서 위 중장의 한 장관 측근설과 꼬리 자르기설이 부딪히며 정치적으로 미묘한 파장을 내고 있는 셈이다.
위 중장이 한 장관의 측근이냐, 꼬리냐는 논란은 결국 이번 보고 누락 사태에서 위 중장이 단독으로 일을 저질렀는지와 관련이 있다.
일단 상부의 절대명령이 지배하는 군에서 중장까지 오른 인물이 단독으로 대통령 보고 문건 누락이라는 중요 실책을 범할 수 있겠느냐는 일반론이 우세하다. 그러나 만약 위 중장이 상부 지시로 보고를 누락했다가 금번의 인사상 불이익을 받고 침묵한다면 그 또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위 중장이 단독으로 보고 누락을 했다면 그런 행위의 배경이 될 만한 뚜렷한 동기도 불분명한 상태다. 현재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위 중장은 아마도 군인답게 모든 것을 지고 갈 심산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위 중장이 이번 사태에서 끝까지 침묵한다면 국민들은 그를 한 장관의 측근으로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위 중장이 수세에 몰린 가운데 이번 논란을 평생 가슴에 담아둘 지, 아니면 향후 새로운 정치적 격변기가 올 때 폭로에 나설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