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한국 해군이 지난달 말 동해상에서 러시아 잠수함을 발견해 숨막히는 추격전 끝에 사실상의 항복 선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해군 P-3 해상초계기는 지난달 실시된 한미 대규모 연합훈련인 키리졸브연습(KR) 및 독수리훈련(FE)에서 러시아 해군 잠수함을 발견해 78시간의 끈질긴 추적 끝에 수면 위로 부상시켰다. 매년 3월에는 지휘소 시뮬레이션 훈련(CPX)인 키리졸브(KR)연습과 실기동훈련(FTX)인 독수리훈련(FE)이 함께 실시된다.

잠수함이 상대국 해군에 의해 추적돼 부상하는 건 사실상의 항복 선언이다. ‘더 이상의 군사활동을 하지 않겠으니 가게 해달라’는 의미다. 부상한 뒤에는 해당 해역에서 일체의 군사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고 즉시 철수해야 한다.

[김수한의 리썰웨펀] ‘실전상황’ 한국 해군, 露잠수함과 숨막히는 추격전…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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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해군이 직접 외국 해군의 잠수함을 추격해 항복을 받아낸 건 상당히 드문 일이다. 앞서 우리 해군은 지난 1997년 11월 서해 소흑산도 근해에서 발생한 중국의 ‘명(明)급’ 재래식 잠수함을 추격해 정체를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건은 당시 이후 20년 만이다.

그때 해군은 잠수함 잠망경으로 보이는 수상 물체를 발견했다는 어민 신고로 출동해 추격전을 펼쳤다.

이번에 우리 해군은 러시아 잠수함을 부상시킨 뒤 러시아 태평양함대사령부에 항의 문서도 보냈다.

이에 러시아 함대사령부는 동해에서 진행 중이던 한미연합훈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음을 시인하는 답신을 보내왔다고 한다. 답신 내용은 러시아 잠수함은 한국 해군이 아닌 제3국과의 훈련 정보를 얻기 위해 활동한 것이며 한국 해군을 감시하려는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1차로 잠수함을 부상시켜 사실상의 항복 선언을 받아낸 뒤 러시아 사령부로부터 ‘잘못했으니 보내달라’는 애원까지 받은 셈이다.

당시 한미 해군은 전투기 60~80대를 탑재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항공모함 칼빈슨호 등이 참가한 가운데 해상 훈련을 벌이고 있었다.

24일 해군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울릉도 남쪽 동해 공해상에서 한미연합훈련 중이던 미 해군 함정이 국적 불명 잠수함으로 의심되는 물체를 탐지해 우리 해군에 통보했다. 이에 우리 해군은 미군 없이 단독으로 P-3CK 최신형 해상초계기를 출동시켜 작전을 성공시켰다. 이번 사례는 한반도 긴급사태 시 한미연합군의 운용 형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게 평가된다.

향후 우리 군의 남은 과제는 미군처럼 국적 불명 잠수함에 대한 탐지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해상초계기는 대 잠수함전에 최적화된 일종의 정찰 항공기다. 우리 해상초계기들은 78시간 동안 10여 차례에 걸쳐 교대로 출동하며 러시아 잠수함을 쫓았다. 쫓기던 러시아 잠수함은 만 사흘을 넘긴 78시간 만에 물 위로 떠올라 두 손을 들었다.

이 러시아 잠수함은 러시아 해군의 주력 재래식 디젤 잠수함인 킬로(KILO)급으로 알려졌다. 킬로급은 수중배수량 3125t, 길이 72.6m, 폭 9.9m, 승무원 52명 규모다. 어뢰 발사관 6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이후 지난 11일 러시아 미사일 순양함 바랴그호 등 함정 2척이 부산 해군 작전사령부를 방문했고, 12일에는 세르게이 아바칸츠 러시아 태평양함대사령관(해군 중장)이 직접 2박 3일 일정으로 해군 작전사령부를 방문해 한러군사교류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