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우커 사라지고 동남아관광객 군데군데 -외국인들 “사드 문제 모르지만 걱정도…” -일부관광객 “전쟁 얘기 맞나” 물어오기도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셀카봉을 들고 한장, 그냥 휴대전화를 들고 한장 더 찰칵.
요우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 깃발부대가 사라진 명동 어귀는 동남아시아에서 온 ‘셀카부대’가 차지했다. 이들이 마음껏 셀카를 찍을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생겨 있었다. 여전히 사람은 많았지만 과거보단 한산한 편이었다. 하지만 과거 요우커가 많이 찾던 시절에는 발디딜 틈 조차 없던 게 명동거리였다.
중국 정부의 한국관광 제재 조치 후 한달이 지난 13일 명동거리를 찾았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한국 관광에 대한 인상을 물어봤다. ‘전쟁’,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와 같은 답변이 나왔다.
오후 3시 찾은 명동은 아직 노점 매대가 들어서지 않아 한산했다. 날씨는 봄답지 않게 조금 쌀쌀했다. 한적한 풍경 속에 눈스퀘어 앞에 있는 계란빵 매대만이 돋보였다. 여자친구와 함께 계란빵을 사면서 대화를 나누던 말레이시아 관광객 리(27) 씨는 “날씨가 아직 춥다”며 “말레이시아에서 보기 힘든 봄꽃을 기대하고 왔는데 명동에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리 씨에게 한국에 온 이유를 묻자 “자주 한국을 찾는다. 이번이 3번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지난해 11월에도 왔는데, 그때보다 사람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며 “중국사람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명동 어귀에서 만난 사람들은 최근의 정세에 우려를 표시했다. 거듭 사드와 관련된 질문을 했지만 ‘모른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최근 미국ㆍ북한 갈등과 관련한 한국인들의 입장을 되물어 온 외국인 관광객도 있었다.
“한국 정부가 싫긴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사람들이 잘못한 것은 아니잖아요?” 스스로를 가이드라고 밝힌 조선족 윤모(41ㆍ여) 씨는 사드에 대해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빨리 문제가 해결되야 한다”며 “수입이 반이상 줄어들었다”고 우려했다.
명동극장 앞에서 만난 싼커(散客ㆍ중국인 개별 관광객) 왕훤(22ㆍ여) 씨는 “이러다 전쟁이 나는 거 아니냐는 걱정섞인 목소리가 많다”며 “주위 친구들에게 한국에 간다고 하자 참전하러 가냐는 농담이 돌아왔다”며 멋적게 웃어보였다. ‘사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나는 사드 문제는 잘 모른다”며 대답을 피했다. 여기에 옆자리에 있던 왕 씨의 친구는 재빠르게 “아이 라이크 긴수현(I like Kimsuhyun 배우 김수현)”이라고 덧붙였다.
요우커들에게 사드 문제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중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한 외국인들은 모두 화교(중국계 외국인)였다. 이들은 저마다 “사드에 대해 모른다”고 했다.
롯데백화점 앞 세븐일레븐에서 만난 인도인 요젠드라(34) 씨도 “일과 관광을 모두 하려고 한국을 왔는데, 오면서도 (한국 정세 때문에) 좀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자 노점차들이 골목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상인들은 힘차게 푸드카를 끌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그리고 외국인들도 점차 불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길 곳곳에는 빈 자리가 눈에 띄었다.
리어카에서 딸기를 파는 상인이 “한팩 3000원~ 두 팩하면 5000원 5000원”을 외치며 손님들을 불러모으자 일본인 관광객들이 발길을 옮겨 구경하기 시작했다.
한 일본인 여성 관광객은 “아시아국가들은 항상 시끄러운 것 같다”며 “한국 세월호 조사와 사드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기자가 ’한국 문제에 대해 잘 아는 것 같다‘고 묻자 “일본 뉴스방송에서도 자주 나오는 이야기거리”라고 했다.
명동 골목에서 담배를 피고 있던 한 남성 일본인 관광객은 “센카쿠 열도 사건때도 전쟁이 나는 줄 알았다”며 “한국과 중국이 빨리 다시 좋은 관계를 맺길 바란다”고 밝혔다.
바람이 점차 거세졌고 날씨가 더욱 추워져서 그만 취재를 접었다. 거리의 동남아시아 관광객들도 두꺼운 외투를 입거나 무릎담요를 몸에 둘렀다. 추운날씨 탓에 거리는 더욱 한산해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