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ㆍ제품에 생트집 예고 -세계 소비자의날 취지 틀어져 -국내 유통기업, 하루종일 촉각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 한 대형마트에서 농산 담당으로 일하고 있는 A 씨는 얼마전 수백명 고객들 앞에서 큰 망신을 당했다. 한 50대 소비자가 시든 무를 팔았다며 매장에서 ‘행패’를 부린 것이다. 늦은 오후 시간대 매장을 방문한 이 고객은 “담당을 불러오라”며 소리치다 찾아온 A 씨에게 무를 집어던지며 욕설을 퍼부었다. A 씨가 할 수 있는 것은 ‘죄송하다’는 얘기 뿐이었다. 고객은 고객만족(CS) 담당자의 만류로 매장에서 나가 상품을 환불받았지만 A 씨의 가슴엔 상처가 남았다.
15일은 ‘세계 소비자의 날’이다. 1962년 3월15일,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던 J.F. 케네디는 ‘소비자 보호에 관한 특별교서’를 발표하면서 소비자의 4대 권리를 선언했고 미국은 매년 3월15일을 ‘소비자권리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현재 중국과 유럽 각국 등 전세계 상당수 국가들이 이날을 소비자의 날로 제정했다.
이날은 소비자의 권리의식을 신장시키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지만, ‘진상 소비자’ 블랙컨슈머(Blackconsumer)에 대한 문제도 매번 제기되는 날이다.
이날이 특히 주목되는 것은 중국이 소비자의 날을 맞아 한국기업에 대한 트집을 잡고, 반한감정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드 보복과 관련해 중국인이 블랙컨슈머를 자임하고 한국기업에 뭇매를 때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 중국 소비자의 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사실 이같은 블랙컨슈머에 대한 문제는 한국에서도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2011년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 314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83.4%의 기업이 “블랙컨슈머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블랙컨슈머 피해사례가 많은 일부 유통기업에서는 이와 관련한 매뉴얼을 준비해놓을 정도다.
대형마트 근무자들은 블랙컨슈머 얘기만 들어도 치를 떤다. 특히 소비자들을 응대하는 고객만족센터는 매번 접수되는 소비자들의 민원으로 몸살을 앓는다고 한다. 매장에 따라서 3~4명이 상주하는 곳도 있지만 밀려오는 소비자로 발길이 분주하다. 고객만족센터에서는 소비자 상담 이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진행한다. 물건에 붙어있는 태그를 관리하거나 고가의 상품ㆍ상품권을 판매하고, 일회용 젓가락을 배부하는 곳도 고객만족센터다. 블랙컨슈머가 방문하면 이런 업무가 모두 정지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민원은 끊이지 않는 편이지만 특히 상품 품질에 대한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들이 물건을 훼손하고선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털어놨다. 일단 고함부터 지르는 게 기본이고 심지어 ‘맛이 없다’며 난동을 부리는 경우도 많다.
대형마트 뿐만 아니다. 백화점과 면세점 등에도 블랙컨슈머가 많이 방문한다. 편의점 근무자들도 취객 블랙컨슈머로 인해 항상 시달린다. 특히 이들 유통업체에는 나이가 어린 직원들이 많아 블랙컨슈머의 공격은 더욱 거세진다.
편의점 근무자인 하정우(28ㆍ서울 동대문구) 씨는 “어리다는 이유로 욕설이나 반말을 듣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며 “편의점은 혼자근무하다보니, 블랙컨슈머를 상대하기 더 힘들다”고 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부 면세점이나 백화점은 늘어나는 민원 고객으로 고객만족센터를 늘리거나, 내ㆍ외국인용으로 나눠서 관리한다”며 “직원들도 사람인데 좀더 인격적으로 대해주셨으면 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