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식 입장 외에 다른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 미전실 해체 앞두고 부회장 구속… 사상 초유 사태 - “망연자실” 침울한 목소리… 뜻밖이라 더 황망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삼성그룹 핵심인재들이 모인 미래전략실 인사들이 ‘멘붕(멘탈 붕괴)’ 상태에 빠졌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며 특검 수사에 대비하며 탄탄한 방어논리를 만들어내고 1차 구속영장 청구 때엔 ‘영장 기각’을 이끌어낸 1등 공신들에게 17일 새벽 날아든 ‘이재용 구속’이란 현실은 받아들이기 힘든 어떤 것이었다.
18일 삼성 관계자는 “공식적인 입장 외에 다른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삼성은 전날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짧은 문장으로 이 부회장 구속에 대한 첫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삼성 미전실 분위기는 한마디로 ‘침울 그 자체’였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당직 인원 1명을 제외한 모든 실 소속 인원들이 구치소 앞에서 밤샘 대기하면서 이 부회장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17일 새벽 법원의 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전실 직원들은 이 부회장을 그곳에 두고 차를 돌려 서울로 올라와야 했다.
부시시한 상황에 다시 서초 사옥으로 다들 돌아왔으나 복귀하는 차량 내에선 그 누구도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는 후문도 들린다. 전혀 예측치 못한 돌발 상황에 모두들 적지 않게 당황했고 황망했다는 설명이다.
미전실 측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가 기각될 것이라며 제기했던 이유들도 이제는 모두 쓸모가 없어졌다.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삼성측은 금원을 지출할 수밖에 없었고, 승마 지원 역시 어떠한 청탁 대가 없이 벌어진 일이란 주장도 법원에선 인정받지 못했다. 여기에 미전실은 이미 이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 장에서 ‘해체’를 언급해 둔 상태다. 조만간 사라질 조직이란 침울함에, 실 전체가 뛰어들어 사력을 다했던 사안이라 그들의 상실감은 컸다.
한 관계자는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익명을 전제로 “한마디로 거지 같죠”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충심으로 단 한번도 영장이 발부 되리라 상상해본 적이 없다’고도 보탰다.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와 죄질에 따라 형량이 정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일이 풀려가는 순서가 사실상 최순실 게이트의 ‘유탄’이 유독 강하게 삼성을 때린 셈이어서 억울함이 크고 때문에 현실을 받아들이기엔 다소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은 창업 이래 처음으로 총수가 구속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사카린 밀수 사건이 벌어진 이병철 선대 회장때나, 삼성X파일 사건이 불거졌던 이건희 회장 때도 총수가 구속되는 상황만큼은 피해왔던 것이 삼성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회장에 오르기도 전에, 정확히 말하면 등기이사가 된 뒤 불과 서너달 만에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몰리게 됐다. 한 관계자는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누구도 미래에 대해 이렇게 가자는 식의 말을 않고 있다. 시계 제로이자 망연자실 상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