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삼성그룹이 사상 초유의 ‘리더십 공백’이란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했다.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수뇌부를 정조준했다.
14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지난달 1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26일 만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과 함께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부문 사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공모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하고(뇌물공여) 이를 위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앞서 지난달 16일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 최고 수뇌부의 동시 부재가 한국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을 고려해 이 부회장 한 명만을 구속수사 대상자로 결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삼성의 최순실씨 측에 대한 지원에서 독일을 오가는 등 실행과정의 핵심이자 실무 임원 역할을 한 박 사장에 대해서도 영장이 청구됐다.
삼성 수뇌부가 구속될 위기에 처하면서 삼성그룹은 리더십이 실종되는 최악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재계는 경제위기속에 재계 총수들마저 구속될 경우 리더십 공백과 경영중단으로 재계가 위기국면에 급속히 빨려들어갈 수도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의 경영시계는 이미 지난해 11월 8일 멈췄다. 이날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삼성그룹 서초사옥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이를 기점으로 삼성에 대한 사정기관의 수사는 두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특검 수사 기간이 한달 연장될 경우 3월말까지는 경영활동에 상당히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삼성으로서는 사실상 1분기를 공회전해야하는 셈이다.
삼성의 일상적인 경영활동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됐지만 삼성전자는 주총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주총을 앞두고 한달 전 열리는 삼성전자 이사회도 아직 열리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주총 전 이사회를 열어 정기주총에 상정할 의안들을 심의ㆍ확정해야한다.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사외이사 영입 등 굵직한 안건도 사실상 논의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에 특혜를 줘도 안되지만 역차별해서도 안된다”며 “그룹 수뇌부가 청문회와 검찰, 특검 수사까지 성실히 협조했고 도주할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 상태로 법원에서 재판을 통해 최종판단을 받게 해줘야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