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과감한 투자 경영 - 낡은 정유공장이 세계 최고 정밀화학 기업으로 변신 - 한 발 앞선 투자가 불안한 업황에도 흔들림없는 회사로 탈바꿈 이끌어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창사이래 첫 영업이익 3조원 돌파’
SK이노베이션의 화려한 지난해 성적표다. 불과 1년 전만해도 급격한 유가하락과 이에 따른 정재마진 감소, 수천억원 대의 재고평가손실 등으로 세계 유수 정유 업체들이 ‘위기’와 ‘생존’을 걱정했던 가운데 이룬 성과다.
실제 지난해 두바이 기준 평균 유가는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배럴당 41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에 중국과 중동 산유국들의 공격적인 정유설비 투자까지 더해지며 업황은 말 그대로 ‘안갯속’이였다.
기존 설비를 가동 정지시키거나, 심지어 공장 문 자체를 닫는 곳도 속출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SK이노베이션은 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과 8%대의 놀라운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작년 실적은 사업자회사들이 그간 추진해온 사업구조 혁신으로 인한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유를 수입해 휘발유, 경유, 항공유, 납사를 만드는 전통적인 정유사의 사업 구조를 벗어나, 다양한 고부가 화학 제품을 직접 만드는 한 발 앞선 혁신이 만든 결과다.
실제 업계에서는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매우 잘했어요’ 성적표에는 화학 사업과 윤활유 사업의 공이 가장 높았다고 평가했다.
화학자회사 SK종합화학은 9187억원의 영업이익을, SK인천석유화학은 3745억원의 영업이익을 선물했다.
매출 규모로는 채 20%에 불과한 신 사업군이,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가량을 선사한 것이다.
이런 SK이노베이션의 화려한 변신의 밑바탕에는 수년 전부터 누적된 ‘공격적인 투자’가 있었다.
회사의 본거점인 울산 컴플렉스는 2011년부터 1조5700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자, 이제는 고성능 폴리에틸렌 (Nexlene)과 UAC PX (파라자일렌)을 매년 23만톤과 100만톤씩 생산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 화학 공장으로 탈바꿈했다.
SK가 지난 2006년 인수한 SK인천석유화학의 변신도 놀랍다.
인수 당시 40년 가까이된 낡은 정재 설비가 고작이였던 SK인천석유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넘어 SK그룹의 계륵이였다.
실제 2014년에만 4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2년만인 지난해 37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효자’로 환골탈퇴했다.
2013년부터 1조6000억원을 집중 투자해 연간 130만톤의 PX(파라자일렌)을 만드는 세계 6위권의 최고 수준의 공장으로 도약했다.
이 같은 SK이노베이션의 화려한 변신 뒤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공격 투자 경영’이 깔려있다.
최 회장이 일선에서 정유화학, 통신 등 그룹의 주력 사업을 이끌던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과감한 투자 결정이 계속됐고, 이것이 지난해부터 마침내 ‘사상 최대’ 실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한 올해도 바로 17조원 규모의 투자가 시작된다.
이는 최 회장 경영공백 상태였던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연초부터 SK이노베이션과 각 계열사들이 깜짝 놀랄 인수합병(M&A) 소식을 연이어 쏟아내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최 회장은 올해 초 시무식에서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투자와 채용이 뒷받침할 때 지속 가능하게 확보할 수 있다”며 “특히 국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할수록 최고경영진은 흔들리지 말고 투자와 채용에 적극 나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더 큰 행복을 만들어 사회와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다우케미컬의 포장재용 접착제 사업을 인수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SK이노베이션 및 관계사들의 투자가 이제 자체 설비 고도화, 전문화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더욱 폭 넓게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 2일 임원 워크숍에서 “사업구조 혁신을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올해 기업가치 창출로 직결되는 효과적인 M&A를 중점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choijh@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