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금융위 동시 압수수색 배경 다음주 우병우 조사 착수할 듯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설 연휴 이후 4일 간의 짧은 침묵을 깨고 청와대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가 막판 스퍼트를 시작한 가운데 내주부터는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과 특검 모두에게 ‘운명의 일주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공정위가 CJ그룹을 제재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주목해왔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본격적인 증거 자료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 관계자는 “삼성의 뇌물 의혹과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 의혹 등과 관련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기 위해 공정위와 금융위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작하기 앞서 두 기관 압수수색을 먼저 시도한 것을 두고 박 대통령을 직ㆍ간접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의 경우 최순실(61ㆍ구속기소) 씨 모녀에 대한 특혜 대출 등에 관여한 이상화 하나은행 본부장의 인사 청탁 의혹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으로 꼽힌다. 청와대라는 특수 공간을 배경으로 벌어진 ‘최순실 게이트’ 사건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성역없는 수사’를 기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설령 청와대 경내 진입이 반대로 불발된다고 하더라도 특검으로서는 ‘크게 손해볼 것 없다’는 분석이 이번 시도에 깔린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청와대가 대통령기록물법이 적용돼 역사적인 기록을 남기는 공무장소인 만큼 유의미한 자료가 확보될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검팀은 문화ㆍ예술인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에 대해서도 정무수석실과 교문수석실 등 관련 부서에서 생산된 문서 목록 등을 확인해 청와대 주요 관계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구성한 수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증명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정수석실의 경우 청와대와 우 전 수석이 최 씨의 국정 농단 행태를 사전에 인지했는지 직무유기 등 의혹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그 밖에도 경호처ㆍ의무실 등에서 최 씨와 ‘비선 진료’ 김영재 씨의 출입 기록, 박 대통령의 처방 내역 등도 확보해 관련 수사에 참고할 방침이다.

압수수색이 종료된 이후 내주부터는 박 대통령과 특검팀 간 전면전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우선 첫 타깃은 우 전 수석으로, 이르면 내주 초 소환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우 전 수석은 특검법 2조 9호(국정농단 방치 관련 직무유기)와 10호(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직무 방해 관련 직권남용)의 수사 대상으로 올라 있다.

특검팀은 그동안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기록을 넘겨받은 뒤 수집된 첩보를 바탕으로 내사를 벌여왔다. 청와대 특별감찰관실의 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과 관련 이석수(54) 전 특별감찰관, 백방준(52) 전 특별감찰관보에 대한 조사도 마친 상황이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소환조사에 이어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일정도 내주 확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검은 대통령 측이 비공개를 원하면 이의 수용 가능성도 열어놓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규철 특별검사보(대변인)는 전날 브리핑에서 “공개 여부 자체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대통령 측과 논의 과정에서 정해질 부분”이라면서도 “대면조사가 중요한 만큼 상황에 따라 비공개로 조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양대근·김진원 기자/bigr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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